[뉴스비타민] ‘신화 창조’한 기술로 짝퉁 만들다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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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모(44)씨는 1993년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귀금속 제조업체인 P사를 차렸다. 직원이 7명에 불과한 개인 공방 수준의 공장이었다. 하지만 박씨의 뛰어난 손재주와 밤샘 작업을 가리지 않은 덕분에 P사는 성장을 거듭했다. 98년 중동 지역에 첫 수출을 한 데 이어 2002년에는 미국 LA에 현지 지사도 설립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어들은 “섬세한 기술과 다양한 디자인을 창조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P사는 2005년 우수 수출기업으로 선정됐다. 같은 해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한국무역협회장 표창 등도 받았다. 2006년 말 한 지상파방송은 P사의 성공 신화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가짜 해외 명품을 만드는 이른바 ‘짝퉁’ 제작에 손대기 시작했다. 금값이 급등하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진 게 원인이었다. P사는 루이뷔통·샤넬·카르티에 등 해외 명품 귀금속의 디자인과 상표를 그대로 베낀 금반지와 팔찌 등 600여 점(정품 기준 11억원 상당)을 만들었다. 박씨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현지 바이어와 이 짝퉁을 1억2000만원에 팔기로 계약까지 했다. 그러나 박씨의 짝퉁 수출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24일 박씨 등 2명에 대해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직원 정모(45)씨 등 5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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