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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 혹평 많지만 다양한 캐릭터·이야기 매력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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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시대 문화계의 최고 흥행상품은 ‘해리 포터’ 시리즈다. 소설로도, 영화로도 전세계 판타지 팬을 사로잡았다. 전세계 어린이를 마법 열풍에 빠뜨렸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우리 아동문학에 무엇을 남겼을까. 이를 짚어보는 세미나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 교보타워에서 열린다. 계간 창비어린이가 창간 5주년 기념으로 여는 ‘해리 포터를 말하다’다.

1997년 6월 제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지난해 제7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 이어진 해리 포터 시리즈는 65개 언어로 번역돼 4억 부 넘게 팔린 ‘울트라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도 1200만부 이상 팔렸다.

사실 꼬장꼬장한 평론가들은 해리 포터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미국 문학평론가 해럴드 불름은 ‘쓰레기’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본지 2월 2일자 보도) 독자의 정신을 살찌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독자들은 해리 포터에 열광했다. 해리 포터만의 ‘마력’이 분명 있다는 증거다.

이번 세미나 취지는 해리 포터의 안팎을 우리의 시각에서 정리해보자는 것. 주최 측도 “해리 포터 시리즈는 출간 시기가 우리 아동문학의 중흥기와 겹치고 판타지에 대한 유례 없는 관심을 유발하는 등 우리 아동문학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반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룬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주제발표에 나설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박숙경씨는 “해리 포터의 문학성에 대한 혹평이 많지만 세상의 온갖 이야기를 매력적인 마법사와 다양한 캐릭터로 창조해낸 것은 조앤 롤링만이 도달할 수 있는 일종의 경지”라고 평가했다. 그는 “롤링은 늘 있어왔던 이야기 재료를 다듬고 재구성해 새로운 재미와 생명을 불어넣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라며 “아이들은 문학적 가치만으로 책을 집어 들지 않으며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본격적으로 놀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재원 한국외대 그리스어과 교수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인생의 신비, 우주의 신성함, 비밀스러운 원리 등 종교적 체험과 거리가 먼 세계만을 보여주었다”며 “한두 세대 뒤에도 어린이들이 해리 포터를 즐겨 읽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동화작가 김진경씨도 “해리 포터는 종족전쟁을 다룬 성장소설이며 마법(사)은 장식적 요소에 불과하다”며 “한국 독자들이 해리포터에 그토록 호응하는 이유는 서구 중심의 근대가 가하고 있는 폭력의 그림자와 관련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에 대한 관심이 한국형 판타지의 전개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평론가 김종휘씨는 ‘해리 포터 세대’에 주목했다. 그는 “유년·청소년기 10여 년을 해리 포터와 함께 자란 전세계 어린이·청소년들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그 무엇으로든 하나로 연결될지도 모르겠다”며 “그들에 의해 해리 포터 시리즈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부활하게 될지 큰 관심사”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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