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 긴급뉴스 보도 “일본기업, 삼성 따라잡을 절호의 기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외신 기자들이 2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쇄신안 발표를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세계 주요 언론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전자분야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관심이 두드러졌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지도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일본 기업에는 경영상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삼성그룹 성장의 고비마다 핵심 전략을 내놓은 이 회장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그룹의 구심력이 급속히 약해지게 됐다”며 “더욱이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적극적인 경영 전략은 나오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기업들은 삼성에 내준 전기·전자 시장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공세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삼성의 경영 공백을 틈타 기업 간 제휴, 공장 증설, 생산량 증강을 통해 삼성을 세계 시장에서 밀어내는 연합 전선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는 D램 반도체 분야에서, 도시바는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 등에 쓰이는 낸드(NAND)형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각각 삼성을 추월하기 위해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 회장은 삼성 창업자의 3남으로 1987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등 카리스마적인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지지(時事)통신도 그룹을 이끌어 온 핵심 경영진의 퇴진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AP·AFP·로이터 등 통신과 CNN·BBC 등 주요 외국 언론도 이 회장 퇴진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이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이 회장의 성명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CNN은 “이 회장의 사임 결정은 특검의 발표가 나온 지 불과 며칠 만에 이뤄졌다”며 “삼성은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회장의 사임이 놀라운 움직임이었다”며 “특단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임까지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 경영진의 집단 퇴진이 59개 계열사로 이뤄진 그룹에 공백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신은 특별검사가 선임돼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임원들이 조사받기까지의 과정과 삼성그룹이 한국 경제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등을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삼성그룹의 역사를 별도 기사로 상세히 다뤘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서울=하현옥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J-HOT]

▶ 이건희 회장 고개 숙이자 사장단 일제히…

▶ 특검 "개인재산인 차명재산까지 내놓을 줄은…"

▶ 이학수 부회장 "이재용 전무 거취는…"

▶ '대외 창구 역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누구?"

▶ 이건희 회장 퇴진 후 삼성의 경영체제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