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주를 향해, 그들은 … 별을 쏘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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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 선배님의 공연을 보러 오셨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희와 함께 해주세요.” 밤새 수없이 되뇌었을 말일텐데 류연하(30· 보컬)씨의 목소리가 사르르 떨렸다.


D-day  ‘…징그러운 일상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도망갈까~’
   지난 12일 저녁. ‘일상’을 벗고 ‘열정’을 입은 직장인 밴드(이하 직밴) ‘슈팅스타’의 노래가 150석 소극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D-1  11일 저녁 8시 30분. 야근이어서 늦을 것 같다던 이재문(28·기타)씨가 생각보다 일찍 서울 광진구 화양동 지하 연습실에 도착했다. 막판 연습에 차질이 생길까봐 조마조마했던 ‘슈팅스타’의 다른 멤버들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다.
   “유명 뮤지션 무대에 선다는 것을 어디 상상이나 했겠어요.”(김범수·35·드럼)
   강산에 콘서트(4월 2~20일·홍익대 인근 ‘상상마당 라이브홀’) 오프닝 무대에 설직밴 공개 오디션에 참여해보자고 나선 사람은 재문 씨였다. 결성 5년차인 밴드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다른 멤버들도 귀가 솔깃했다.
   공개 오디션에 최종 통과한 것은 지난달 말. 3시간 가까운 공연에서 이들 밴드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불과 10분.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름 있는 뮤지션 무대에 직밴이 선다는 것 만도 이례적이다.  “우리 노래를 들으러 오는 관객은 아닌데….” “강산에 선배 콘서트까지 망치면 어쩌지.” “앙코르가 나올까?” “오프닝 무대에 서는 밴드가 앙코르곡을 불러도 되나?” 걱정이 앞섰다. 오디션을 준비하면서부터 연습 시간을 주 2회로 늘렸다. 매주 금요일 정기연습 외에 하루를 더 보탠 것. 기껏 하루 시간을 더 내는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법무사 사무소·병원·청소년수련원·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에 매여 사는 직장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야근이 잦은 재문 씨는 아예 기타를 메고 출퇴근을 한다. 미혼인 범수 씨는 친구들의 아파트 평수, 아이들 교육 이야기에 괜히 머쓱해지기도 한다. “혼자서는 부족한 소리가 다른 멤버들과의 합주를 통해 온전한 음악으로 재탄생할 때 무척 짜릿하죠. 엄청난 삶의 활력소가 돼요.”(이마리·29·키보드) 멤버들이 지하 연습실을 못 떠나는 이유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새 악기를 사고도 마음이 뿌듯했어요. 아내 몰래 돈을 갚으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김연석·33·베이스 기타) “‘진짜 좋아 하는 음악’을 하니까 어렵사리 시간을 쪼개도 아깝지 않은 것 같아요.”(이재문) 
   밤 11시. 떡볶이와 만두로 늦은 저녁을 해결한 멤버들의 연습이 다시 시작됐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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