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축소·묵살 경찰관 형사 입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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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고·접수된 사건을 축소하거나 묵살한 경찰관은 형사 입건된다. 고소·고발사건 처리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45일로 단축하고 24시간 치안민원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대학가 주변에 설치해 학생운동 관련 정보를 수집하던 ‘학원 연락반’을 폐지하는 등 정보·보안 부서 경찰관 중 일부를 민생치안 부서에 배치키로 했다. ‘부적격 경찰관’을 퇴출하기 위한 제도가 도입되며 시대에 동떨어졌던 각종 교통 규제도 완화·폐지된다.

김석기 경찰청 차장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경찰 의식 쇄신 및 현장 치안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경찰의 난맥상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김 차장은 “이어지는 강력 범죄와 경찰의 대응 미숙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드려 죄송하다.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 경찰을 쇄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축소 땐 상급자도 연대 책임=3월 발생한 일산 여자 어린이 납치 미수 사건 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은 ‘단순 폭행사건’으로 왜곡 보고했다. 이를 계기로 경찰 안팎에선 일선 지구대의 ‘물말기·물타기·까먹기’(사건 축소·은폐에 대한 은어)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김 차장은 “앞으로 사건을 축소·묵살하는 경찰관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형사입건하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급자의 축소 압력을 막기 위해 ‘내부고발제’도 실시키로 했다. 김 차장은 “내부고발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건 축소가 적발되면 감독자에 대해서도 연대 문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적격 경찰관에 대한 퇴출도 강화한다. 잇따른 경찰관 비리·비행에 대한 자구책이다. 경찰은 상담심리사를 특채해 신규 채용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강화할 예정이다. 경찰학교·경찰대 교육 기간 중 부적격자는 즉각 퇴교 조치키로 했다. 징계 처분자는 다른 경찰서·지방청으로 즉시 전출시킬 방침이다. 또 경찰청은 올해 안에 경찰관 2214명을 지구대·수사·교통 등 현장에 재배치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보·보안 경찰 210여 명을 감축한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대학가 주변의 지구대 사무실 등에 운영되던 ‘학원 연락반’ 13곳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농촌 지역의 소규모 경찰서는 정보·보안 부서를 통합한다. 재배치되는 경찰 인력은 경기경찰청에 우선 배정키로 했다.

◇비현실적 규제는 완화·폐지=2002년 지구대 전환 조치로 사라졌던 파출소도 농어촌 중심으로 부활한다. 김 차장은 “통폐합 이후 치안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수용해 농어촌 지역의 일부 지구대를 파출소로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관할 지역이 넓고 치안 수요가 많은 경기도가 우선 대상이다. 부활되는 파출소는 약 100~150곳에 이른다. 또 지구대에 탄력 근무제를 도입, 야간 취약 시간대의 근무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교통 규제에 대한 축소·폐지도 추진한다. 경찰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의 문항 수를 현행 50개에서 30~40개로 줄인다. 문제도 장비·법규 중심에서 운전에 실제 필요한 내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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