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소모적 뉴타운 논쟁 끝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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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21일 “이제 소모적인 뉴타운 논쟁은 끝내자”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뉴타운 관련 시민 고객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뉴타운 사업은 필요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지금은 고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값 안정을 바라는 진의와 달리 정쟁의 빌미로 이용되고 있는 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뉴타운 총선 공약’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휩쓸리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오 시장 본인은 총선 전 뉴타운 추가 지정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통합민주당은 “오 시장을 허위공약 유포를 묵인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오세훈 - 정몽준 대화가 발단=뉴타운 논란은 동작을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의 거리 유세에서 비롯됐다. 4·9 총선을 앞두고 정 의원은 “뉴타운은 오 시장이 (뉴타운 추가 지정에)흔쾌히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정 의원은 3월 17일 동작을 공천이 확정된 뒤 서울시청으로 오 시장을 찾아왔다. 이 자리에서 뉴타운 추가 지정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뉴타운 추가 추진 약속’은 없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정 의원과 면담 이후 오 시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발언의 뉘앙스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달 26일에는 “임기 중 뉴타운 발표는 없을 것”(아시아경제신문)이라고 했다. 이틀 뒤에는 “총선 후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곳 이내로 최소화해 추가로 지정하겠다”(한국경제신문)고 말했다.

서울시가 “뉴타운 추가 지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4월 2일 신면호 대변인의 본지 인터뷰에서다. 당시 신 대변인은 “오 시장의 확고한 방침은 기존에 지정한 뉴타운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봐가며 뉴타운 추가 지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총선 전까지 오 시장은 뉴타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시중에는 뉴타운 추가 지정의 기대감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맛에 따라 해석”=오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뉴타운 추가 지정과 관련한 저와 서울시의 입장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정치권에서 각자의 입맛에 따라 편의적으로 해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날 회견에서도 바쁜 일정을 이유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정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뉴타운이라는 개념이 다소 복잡한 면이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 한다고 그랬다고 들은 적도 있고, 또 안 한다고 그런 적도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뉴타운 검토라는 표현도 조심스러웠던 상황에서 약속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정 의원의 유세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뉴타운=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은 2002년 10월 은평·길음·왕십리 등 세 곳을 시범 뉴타운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모두 26곳의 뉴타운과 9곳의 균형발전촉진지구(상업지형 뉴타운)가 지정됐다. 현행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는 재정비 촉진지구(뉴타운)를 지정할 권한이 전적으로 시·도지사에게 있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정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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