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부부 ‘대입 이혼’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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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두 아들을 둔 회사원 김모(50)씨와 아내 박모(48)씨는 올 초에 이혼했다. 지난해 막내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두 자녀 모두 대학생이 되자 부부는 갈라서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자녀 양육 때문에 참고 지냈지만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부부가 결심을 한 것이다.

이처럼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거나 다닐 나이 때인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 사이에 부부가 이혼하는 이른바 ‘대입 이혼’이 늘고 있다. 종전에는 자녀 때문에 참고 살았지만 자녀가 성장해 성인이 되자 이혼을 강행하는 추세가 확산하는 것이다.

또 55세 이후에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 이혼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이혼 통계에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5~54세 남녀의 이혼 건수는 모두 늘었다. 이 연령대 남성의 이혼 건수는 지난해 3만4831건에 달해 2006년에 비해 5% 늘었다. 같은 연령대 여성의 이혼 건수도 2만5458건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다.

통계청은 자녀가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자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55세 이상 부부의 경우 남성의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00명당 4.1건으로 전년(3.8건)보다 늘었다. 여성도 2.8건으로 전년(2.6)에 비해 증가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박경애 과장은 “자녀 때문에 참고 살던 중·장년층 부부가 자녀가 크자 이혼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55세가 넘어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 이혼에 이어 중·장년층 이혼도 확산하는 게 새로운 추세”라고 덧붙였다.

국제 결혼이 늘어나면서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 부부의 이혼 건수는 8828건으로 2006년보다 40.6% 증가했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부인 간의 이혼은 전년보다 44.5%, 한국인 부인과 외국인 남편의 이혼은 33.7% 늘었다.

통계청 박원란 사무관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이 문화와 풍습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세 이상~44세 미만 부부의 이혼이 줄면서 전체 이혼 건수는 4년째 감소했다. 지난해 총 이혼 건수는 12만4600건으로 전년에 비해 0.4% 줄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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