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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원貨 국제화 적극적 검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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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일본 투자가들의 해외채권,특히 유러엔채 매입이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이후 해외채권 매입세가 매도세를 압도하고 있으며 지난 6월중에는 순매입액이 2백억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면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일본 투자가의 해외채권 매입 열기는 무엇 때문인가.한마디로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동시에 일본내에서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사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투자가들의 해외투자는 미국의 주식.채권.부동산등 달러표시 채권에 초점을 맞추었다.그러나지난 10여년 사이 달러가치가 1달러당 2백50엔에서 1백엔 밑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엔화표시 채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졌으며,특히 최근 초엔고 현상을 겪으면서 유러엔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더욱이 일본의 저금리 추세는 이러한 매입세에 기름을 퍼붓는 격이 됐다.
투자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산의 일부를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스미토모 해상보험회사 사례는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일본기업들의 최근 자산운용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 회사는 얼마전 뉴질랜드 전력회사와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한유러엔채를 대량 매입했다.이 회사 펀드매니저인 나가세는『우리는환위험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5월 이후에는 외화표시 채권을 전혀 사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니코투자신탁회사도 외화표시 채권을 줄이고 대신 현재 10%정도인 유러엔채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이 회사 펀드매니저인우치야마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그 하나는환위험 회피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국채보다 0.2%내지 0.3% 포인트 더 높은 유러엔채의 수익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요즘 들어 일본이 유러엔 시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난 77년 유러엔채를 처음 발행하며 엔화의 국제화에 발을 내디딘 이후 정책당국이 국내 여건을 감안해 채권 만기와 발행주체 등을 구분,단계적인 국제화의 길을 닦아온 결과다.
며칠전 우리나라도 최초의 원화채권인 아리랑본드의 조인식을 마쳤는데,이는 본격적인 원화의 국제화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라 할수 있다.엔화의 국제화 추진에서부터 효과적인 활용까지 10년 이상의 장시간이 소요된 일본의 사례를 돌이켜 볼 때 우리도 이제는 우리경제의 위상에 걸맞게 원화의 국제화를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환율변동의 심화와 통화정책의 어려움 등부정적인 영향만 부각시키기보다는 환위험 회피 내지 감소,자금 조달 및 운용폭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고려돼야 할 것이다. 〈三星경제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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