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열며>뱃속의 아이도 맡아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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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년전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서울 미아6동에 1백80명의 어린이를 수용할 수 있는 탁아시설「미아샛별어린이집」이 세워졌고 원불교 강남교당에서 그 어린이집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꿈의 궁전과도 같은 미아샛별어린이집이 개원되던 날그 지역 파출소경찰관은『이젠 미아(迷兒)를 찾아줘야 하는 우리의 임무는 끝났군요』라고 말하면서 매우 홀가분해 했다.순찰을 돌다보면 엄마가 일나간 빈집에 홀로 있는 아이들 이 낮동안 골목에 나와 놀다가 해질 무렵엔 집을 못찾고 울고 있다고 했다.
그런 어린이들을 데려다 파출소에서 보호하고 있으면 일터에서 돌아온 부모들이 집에 아이가 없으면 으레 파출소로 와 울다가 잠들었거나 아직도 울고 있는 어린 자녀 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그간의 그곳 풍속도였다고 했다.
생후 6개월된 아기로부터 취학전 어린이까지 하루 12시간동안맡아 돌볼 원아를 모집할 때는 월세 살고있는 맞벌이부부의 자녀를 우선적으로 받고 그 다음엔 전세집에 살아도 가세(家勢)가 더 어려운 집 자녀와 편부 편모의 자녀들을 선별 해 받았다.탁아시설의 복지혜택이 저소득층에 먼저 미치게 하기 위해서였다.좋은 보육환경에서 「정성의 고단백」을 한껏 섭취한 어린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랐다.그들은 모두 건강한 모습에다 씩씩하고 명랑했다.어린이들의 이같은 변화는 부 모들이 더 잘 감지했다.
어느날 딸 아이를 맡긴한 어머니가 배가 부른 몸으로 찾아왔다.출산이 가까운 뱃속의 아기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구두수선 일을 하는 그녀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면 친정어머니가 돌봐줄 때보다 더 안심이 된다고 했다.그때 그 뱃속의 아기는 지금 미아샛별어린이집에서 귀여운 어린이로 잘 자라고 있다.
지난 7월초 개원 다섯돌이 된 미아샛별어린이집에서 봉사한 자원봉사자 연인원은 4천3백51명이다.강남에서부터 한강다리를 건너 멀리 강북 미아리까지 버스와 전철을 네번씩이나 바꿔타고 온자원봉사자들이 매일 서너명씩 어린이집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1백80명의 어린이가 먹을 점심을 부지런히 차리고 식사시간에는 편식하지 않도록 좋은 식사습관을 길들이며 식사가 끝나면 또 설거지를 하고 간식을 챙기며 어린이들의 어머니역할을 도맡아 하고있다.초창기 봉사자들의 일지를 보 면 「우유병 위생관리 요망」「선풍기 망 씌울것」「시간중 부모출입 삼갈 것,자신의 아기에게만 바나나를 먹이는 사례가 있음」.
어린이집에 살뜰한 애정을 갖고 있는 봉사자들은 단순한 노력봉사만이 아니라 어린이집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선의의 감시자 역할까지 해왔다.그리고 부득이 봉사의 차례를 지킬 수 없을 경우 다른 사람이 수고할 비용을 내놓으면서까지 자기 책임을 완수한다.원불교 강남교당 교도들은 지난 5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미아샛별어린이집에서 젖은 손으로 일했다.
자신의 여가를 선용해 봉사의 보람을 가꾸고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깊어진「빈부의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도 해온 셈이다.오늘날 자기중심의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때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자원봉 사자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건강한 밑변처럼 여겨진다.
미아샛별어린이집에 안심하고 자녀를 맡긴 맞벌이부부들이 열심히일한 대가로 내집을 마련하고 기뻐할 때면 다함께 쏟은 정성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그리고 뜻있는 한 기업이 기업이윤을 사회에환원,대대적으로 탁아사업을 전개하면서 「더불■ 잘 사는 복지사회 건설」과「가난만은 대물림하지말자」던 그 원대한 목표가 지금벌써 달성되고 있음을 본다.
〈원불교 강남교당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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