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본 한반도는 하나였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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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中>씨가 19일 귀환한 직후 의료진의 건강진단을 받은 뒤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AFP=연합뉴스]

“우주에서 본 한반도는 하나였어요. 귀환 소유스 우주선에 타기 직전 내려다 본 한반도가 지금도 눈에 어른거리네요.”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30)씨는 지구 귀환 직후 이렇게 말했다. 19일 오후 5시30분쯤(이하 한국시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초원지대에 착륙한 뒤 현지 코스타나이 공항으로 옮겨 한 기자회견에서다. 피로한 기색이지만 건강하고 활달한 얼굴이었다. 기자회견에는 함께 귀환한 러시아 우주인 유리 말렌체코가 동석했다. 미국 우주인 페기 윗슨은 우주 멀미가 심해 비행기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씨는 “우주에서는 날아다닐 수 있는 게 참 신기했는데 지구에 와서 그렇게 하지 못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당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 부속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휴식을 취한 뒤 28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우주에 다녀 온 소감은.

“많은 분을 대신해 우주에 갔다 온 데 대해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다. 그냥 한 사람이 우주에 올라 간 게 아니라 온 국민이 간 것처럼 기뻐해 주고 관심을 보내줘 너무 감사하다.”

-우주 생활은 어땠는지.

“모든 게 재미있고 환상적이었다. 공간이 좁지만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날아다니고 다른 우주인 다리 밑으로 지나다니기도 했다.”

-귀환 직전에 한 일은.

“귀환 소유스 우주선을 타기 직전 창문으로 지구를 내려다 볼 때 한반도 위를 지나고 있었다. (한반도를) 사진으로 찍어보려고 준비를 갖췄을 때는 정작 보지 못했는데…. 한반도의 꼬리, 또 제주도도 봤다. 사진을 못 찍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내려가면 그곳을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향후 계획은.

“우주 경험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우주에서 한 과학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음 우주인들을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목표지점서 420㎞ 떨어진 곳 착륙=이소연씨 일행이 탄 소유스 우주선(TMA-11)이 지구 귀환을 위해 국제우정거장과의 도킹을 푼 것은 19일 오후 2시6분이었다. 이후 2시간30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과의 거리를 20㎞쯤 벌린 뒤 엔진을 가동해 고속으로 지구 귀환 길에 올랐다. 소유스 우주선은 대기권 진입 직전 귀환 캡슐을 제외한 추진·궤도 모듈을 떼어내 버렸다.

카자흐스탄 초원지대에는 러시아의 우주인 구조대가 헬기 10대와 수륙양용 차량을 분산 배치해 대기하고 있었다. 귀환 캡슐은 지구 대기권 진입을 위해 최고 시속 828㎞, 표면 온도 최고 섭씨 2000도까지 올라가는 고온을 견디며 지구로 떨어졌다. 대기권에 들어 온 뒤 낙하산을 펴 카자흐스탄 초원지대에 무사히 착륙했다. 착륙 조정 장치에 이상이 생겼지만 착륙 예정 시간인 19일 오후 5시30분은 거의 맞췄다. 착륙 지점은 예정지에서 420㎞ 떨어진 곳이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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