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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오바마는 폭격기 슈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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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교 1학년이던 푸나후 농구 선수 시절의 오바마(둘째 줄 가운데). [푸나후 고교 제공]

“TV에 나오는 오바마를 보면 어쩌면 그렇게 학교 다닐 때와 똑같은지 웃음이 납니다.”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사립학교인 푸나후 초등학교 2학년 교사인 앨런 럼은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47) 상원의원의 걸음걸이와 쾌활한 성격 등이 학교 다닐 때와 판박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나후 중학교 2학년 때 1년 선배인 오바마를 농구팀에서 만났다. 한국언론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후원하는 한·미 언론교류 프로그램 차원에서 16일 푸나후 학교를 방문했다.

오바마는 이 학교를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8년간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푸나후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르친다. 전교생이 3360명으로 학생 수 기준으로 미국 사립학교 중 최대다. 한 해 수업료는 1만6000달러(약 1600만원) 정도. 대학 진학률이 96%에 이른다. 한국계 여자 골프선수인 미셸 위도 지난해 이 학교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로 진학했다. 오바마와 초·중·고 동문이다.

“오바마가 초등 5~6학년을 다녔던 건물은 페인트를 새로 칠했지만, 여전히 초등학생들이 공부한다”고 쿠오 스타브 인터내셔널 프로그램 담당 교사는 말했다. 오바마가 고교에서 영어와 사회 과목을 배웠던 건물과 도서관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중국계인 럼은 “오바마에게 농구는 흑인의 정체성을 찾는 수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이 학교 농구선수 시절 침대 위에 미국의 전설적 흑인 프로농구선수인 줄리어스 어빙의 포스터를 걸었다. 그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가 곁에 없었고, 학교에서도 흑인은 소수인 상황에서 농구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고 토로했다.

럼은 “오바마는 농구팀에서 ‘배리 오바머(Barry O’Bomber)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밝혔다. 본명인 버락(Barack)을 친구들이 ‘배릭’이라고 발음한다고 생각해 ‘배리’라는 애칭이 붙었고, 폭격기같이 슛을 날린다는 의미로 ‘오바머’가 됐다는 것이다. 그가 고교 3학년이던 1979년 푸나후는 하와이주 고교 농구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농구하던 체육관은 헐렸고, 새 체육관에선 초등학생들이 체육수업으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그는 “오바마는 지금도 유세 지역을 찾으면 농구로 몸을 푸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오바마가 토크쇼에 출연해 농구하는 것을 봤는데 아직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에 다닐 때 농구팀 선수로 지역 교도소에서 재소자 대표팀과 경기하기도 했다. 교도소 농구장을 둘러싼 재소자들은 “하버드 학생들 힘 내. 자네들이 이긴다는데 담배를 걸었어”라며 응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가 미셸과 결혼한 데도 농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셸은 브라운대 농구팀 감독이던 동생 크레이그 로빈슨에게 오바마가 결혼 상대로 적합한지 판단해 달라고 부탁했다. 로빈슨은 오바마와 길거리 농구를 한 뒤 그가 승부욕이 강하면서도 깨끗한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했다. 오바마는 2004년 상원의원 경선 때 선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전 프로농구 선수인 리키 그린과 경기하기도 했다.

럼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아 오바마에게는 화를 낼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열성적으로 훈련을 했으며, 농구팀원들 간에 다툼이 있으면 오바마가 화합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성격이고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로럴 후세인 푸나후 홍보책임자는 “오바마와 미셸 위는 학생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바마는 하와이에 오기 전 인도네시아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대통령의 꿈을 품었다고 영국 BBC방송이 19일 보도했다. 오바마와 함께 자카르타 멘텡 지구의 제1초등학교를 다녔던 한 동창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장래 희망을 써 우리들은 ‘꿈에서나 그렇겠지’라고 놀린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BBC는 인도네시아에 오바마 열풍이 거세다고 전했다.

호놀룰루(하와이)=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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