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위서 수십년 거주, 나주 덕음마을 주민 "삶이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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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의 폐금속광산 주민들이 청산가리인 청화광미 위에서 수 십년 동안 거주하고 있어 이주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최근까지 각종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한 데다 생존해 있는 사람들도 원인 모를 두통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19일 전남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덕음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안에 있는 덕음광산은 지난 1938년 개발돼 금과 은을 생산하다 1989년 폐광됐다.

덕음마을은 광산 개발로 인해 형성된 곳으로 100여 가구까지 늘어났으나 현재는 광산 입구 좌우에 24가구 46명이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덕음마을에 정착했던 주민들이 중금속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금 제련에 사용된 청화광미(청산가리) 더미 위에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 청산가리는 독성이 매우 강하며 치사량이 0.15g이다.

이때문에 주민들은 나주시가 과거 산자부 지원금 68억여원을 받아 시행한 '광해(鑛害.광산으로 인한 공해)방지사업'에서 마을 거주지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나주시는 2006년 산자부의 지침에 따라 덕음마을 안에 있는 광미 적치장에 대해서만 중금속 오염을 차단시키는 시설을 올해 2월까지 설치한 뒤 사후관리를 광해방지사업단으로 이관했다.

이와 관련 나주시는 전국 대부분의 폐광산이 마을과 거리를 두고 있어 광산과 인접해 있는 덕음마을의 특수성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옛 산자부) 산하 기관인 광해방지사업단은 당시 정부정책에 허점이 있었지만 시행 기관인 나주시가 덕음마을의 특수성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사람 목숨이 광미 적치장 보다 못한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주민 김진철씨(52)는 "나주시가 사업구역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를 가졌다"며 "나중에 각 기관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어느 한 곳도 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해방지사업으로 중금속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은 주민들은 건강이 우려돼 급기야 마을 토양 오염도를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서울대 농업과학공동기기센터에 토양 분석을 의뢰한 결과 서쪽의 시료에서 시안(CN.청산가리 원료)의 경우 기준치 2㎎/㎏ 보다 656배가 많은 1312.50㎎/㎏이 검출됐으며, 아연(Zn)은 기준치 300㎎/㎏보다 56배가 많은 1만6972㎎/㎏이 나타났다.

이에 앞서 환경부가 2005년 전국 폐광산 3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금속 오염도에서도 덕음광산은 복구 1순위일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정무남씨(71)는 "아내가 10년전 뇌암으로 사망했고 지난 몇년간 주민 5명이 각종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살아있는 사람들도 원인 모를 두통과 손저림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나주시와 광해방지사업단은 주민 집단이주에 따른 지원 전례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거주지 토지 대부분이 폐광산을 인수한 모 젓갈공장 업주 명의로 돼 있어 이주 및 보상에 따른 절차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는 게 나주시와 광해방지사업단의 시각이다.

한편 환경부는 폐금속광산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예비 건강조사를 실시했으며 올해 안에 정밀검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나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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