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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고기를 먹는다는 건 죄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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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산책자,
448쪽, 1만5000원

2001년 미국 메릴랜드의 공장식 달걀 농장 주변을 맴도는 무리가 있었다. 이들은 밤이 되자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잠입했다. 닭장 속에서 썩어가는 닭, 목과 다리가 찢긴 닭들을 렌즈에 담았다. 아픈 닭을 조심스레 수의사에게 데려가기도 했다.

이 영상은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많은 이를 뒤흔들었다. 일명 ‘COK’(Compassion over killing, 죽이기 전에 동정을)라는 단체의 ‘암탉 일병 구하기’ 작전이다. 모임의 회장은 박미연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지닌 젊은 여성이었다.

이들의 활동이 주목 받은 이유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먹는 것이 동물에 대한 지독한 잔혹 행위 끝에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인구의 3%가 고기·생선을 아예 먹지 않는다. 동물성 음식을 일체 거부하는 비건(vegan)이 채식주의자만큼 흔하다. 영국의 막스앤스펀서 같은 유명 마트를 비롯, 유럽의 대형 마트는 풀어놓고 기른 닭의 달걀만 취급한다.

유명한 실천윤리학자와 미주리 출신 농부가 쓴 이 책은 더 나아간다. 평범한 가정의 식사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추적한다. 몸소 배를 타고 게잡이용 바구니를 끌어올리고, 칠면조 번식장에서 암컷에게 정액을 주입하는 인공 수정도 해본다. ‘가장 윤리적이고 싼 식사’를 해 보려 고 쓰레기장에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먹기도 한다. 먹은 뒤 배가 아픈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말한다. “먹는 것은 윤리문제이며,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하다.” 동물 학대의 주범은 고기를 탐하는 우리다. 우리는 식품의 소비자이며, 식품 산업은 수백 억 동물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살장이 이틀간 죽이는 동물은 4000만, 매년 100억 마리에 이른다.

책은 도살을 자세히 묘사한다. “동물 걱정할 여유가 어디 있나”라고 말하는 이들도 불편할 듯하다. 윤리적으로 사육되지 않은 식재료가 우리 건강에도 좋지 않을 거라는 점도 깨닫게 된다. “고밀도로 닭을 기르는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이상적 조건”이라는 지적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원제 『The Ethics of What We Eat』.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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