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기술학원 방화-비상구까지 막혀 院生들 희생 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학원측의 모욕적인 대우에 반발한 무모한 10대들은 탈출을 위해 동료들이 곤히 잠든 기숙사에 무모하게 불을 질렀다.
불길을 피해 복도 창문 화장실등으로 몰려든 원생들은 쇠창살을부여잡고 발버둥치다 유독가스에 질식되거나 불에 탄채 뒤엉켜 숨져갔다.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여자기술학원의 방화사건은학교.가정등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청소년 선도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교육기관의 비인간적 교육방법이 부른 참사였다.
◇현장.진화=원생들은 화열과 유독가스를 피해 탈출하려 했으나출입문이 굳게 잠긴데다 특히 반대쪽에 있는 비상구까지 2중철창으로 잠겨 있었다.
우왕좌왕하던 원생 40여명은 2층에서 가장 공간이 큰 현관 출입문쪽 화장실을 대피장소로 선택했지만 삽시간에 유독가스가 화장실까지 번졌고 화열까지 가세,결국 한두명을 제외하곤 정신을 잃고 실신했다.
긴급출동한 소방관들이 화장실에 원생들이 몰려 있는 사실을 알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창문마다 3~4㎝굵기의 쇠파이프로 10여가닥씩 용접돼있어 조속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행모의=사실상 감옥과 같은 학원생활의 엄격한 규율에 불만을 품었던 朴모(16.지난 3월입원)양등 원생 8명은 지난 19일 오후4시 탈출을 시도,2명은 탈출했지만 朴양등 6명은 주민들의 신고로 붙잡혔고 학원측은 이들을 1주일씩 유급조치 하고체벌을 가했다.
학원측의 체벌조치에 불만을 품은 6명의 원생들은 이날 오후6시20분부터 14명의 원생들을 추가로 끌어들여 방화와 집단탈출을 공모한뒤 각방을 돌면서 『불이야』하고 소리를 지르면 일제히도망치라는 「지령」을 내렸다.
◇방화=이들은 신호조.출입문 파손조.경비원차단조.방화조등 4개조로 나눠 탈출계획을 세우고 탈출에 사용할 각목.이불.라이터등을 미리 준비해놓은뒤 박영희 (朴英姬.56.여)사감방으로 침입,잠자고 있던 사감의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 씌우 고 30여분간 욕설을 퍼부으며 집단구타했다.
그동안 방화조는 기숙사 1층 3개방과 2층 5개방등에 이불을쌓아놓고 오전2시10분쯤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불을 질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