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복리 해녀촌 마지막 해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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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벽 녘에 밭에서 김매던 여인들은 해가 중천에 닿을 무렵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간다.
제주도 북제주군 구자읍 바닷가 동복리 「해녀마을」.마늘.양파등의 밭농사와 어업을 동시에 하는 인구 8백여명의 2백25가구가 모여사는 혼합성 어촌 마을이다.외부 사람들에게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해녀마을」로 알려진 것은 78년께 해녀 들이 바다밑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해녀복 차림 그대로 마을 입구에서 판매하면서부터다.
현재 동복리의 해녀는 43명.10년전만 해도 해녀들은 1백70명에 달했다.제주도 전체를 보아도 70년에 1만4천1백43명이던 해녀는 94년 말에는 1천68명으로 줄어들었다.
동복리 해녀들은 주로 40~50대며 72세 나이로 물질을 하는 할머니 해녀에서부터 30세의 막내 해녀까지 있다.해녀들은 보통 오전10시 물에 들어가 오후2~3시까지 약5시간 정도 물속에서 작업한다.보통 해변과 인접한 7~8 깊이의 물에서 일을하지만 기량이 뛰어난 해녀들은 주로 뱃물질을 하며 15 깊이까지 들어간다.바닷속에서는 숨을 쉬지 않고 보통 30초,경우에 따라서는 1~2분동안 해산물을 채취한다.해산물은 주로 참소라.
전복.문어.오분자기.성게 등이다 물에 들어가야 안아프다는,18세때부터 물질을 시작한 강복순(72)할머니.오만가지 시름에 겨워 바다로 자맥질하는 해녀가 바닷속을 드나드는 동안 시름은 가시고,풍성한 망사리를 둘러메고 뭍에 오르면 얼굴가득 미소가 퍼진다는 동복리의 해 녀 할머니.그러나 한창 나이때는 물속이 아무리 깊어도 겁없이 제집 드나들듯 하다가 육순을 넘긴 어느날 문득 그 바다가 한없이 벅찬 일터로 느껴진다.
열두세살이면 물질을 시작했던 마을 소녀들.이제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해녀를 하려는 젊은이가 없다.『요즘은 30대 해녀를 찾기가 힘이 들어요.우리가 이젠 제주도의 마지막 해녀인가 봅니다.』해녀자치회 회장을 맡은 남복순(39)씨는 말 한다.머지않은 훗날 제주 바다에 울려 퍼졌던,휘파람 소리같은 해녀들의숨비소리도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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