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선택은? … 고비 때마다 지방 다녀온 뒤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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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이재오(사진) 의원이 낙선 뒤 거취를 놓고 계속 고심하고 있다. 주말께는 ‘남도(南道) 여행’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이 의원이 19일이나 20일께 전남 지방으로 떠나 일주일 정도 머물다 올 것”이라며 “이 기간에 외부와 연락을 끊고 거취를 깊이 고민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 측은 “여행에는 가족이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부 측근은 “총선에서 낙선한 몇몇 측근과 영산강을 둘러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모종의 결단에 앞서 남도 여행으로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

2006년 7·11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도 측근들과 전남 선암사에 머물며 최고위원직 수락 여부를 고민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직후 자신을 향해 ‘2선 퇴진론’이 제기됐을 때도 측근들과 지리산을 종주한 끝에 “진퇴는 대선 승리 후에나 결정하겠다”는 말로 비난을 일축했다.

그래서 이번 남도행을 끝내고 이 의원이 내릴 결정에 당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측근 의원 5~6명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참석자는 안경률 ·공성진 ·진수희·이군현 의원 등으로 2006년 전당대회 때부터 이 의원을 도와온 이른바 ‘이재오계’ 의원들이다. 한 참석자는 “이 의원의 낙선을 안타깝게 여긴 의원 몇몇이 모인 자리였을 뿐, 심각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당권 도전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충고를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최종 결단에 앞서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 의원이 당장 고심하는 건 본인의 거취다. 주변에선 ▶1년여간 미국에서 장기 유학을 하며 국내 정치와 인연을 끊는 방안 ▶잠깐씩 미국·러시아 등을 오가며 국내 상황을 살피는 방안 ▶국내에 머물며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측근들조차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새 길을 찾으려면 장기 유학이 필수”라며 “미국 대학에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외의 한 측근은 “국내에 챙겨야 할 일이 많은데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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