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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엔低대응 발상의 전환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금년 4월 중순까지 진행되었던 엔高추세가 최근 급격한 엔低추세로 반전되고 있다.엔고로 인한 수출시장 확충에 대응한 기업의설비투자 증설및 대일(對日)수입부담을 덜기 위한 자본재 산업육성 시책이 상기로 계속되고 있는 차제에 급작스러 운 엔저추세에정부도 기업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엔고대책에서 엔저대책으로 급전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은 마치 한해대책본부가 수해대책본부로 바뀌는 것과 같은 당혹감과 같을 것이다.
현재의 급속한 엔低추세의 원인은 일본과 미국 양국에서 제공하고 있다.일본경제는 헤이세이(平成)경기가 끝난 91년말 이후 55개월동안 여러가지 파국의 조짐을 보여왔다.92~94년은 평균성장률은 0.5%에 불과했으며 전년대비 무역흑자 증가율은 -23.0%로 발표됐다.절박한 입장에 처한 일본정부는 지난 8월초「엔高저지정책」에 나섰다.외화표시채권 매입규제 완화조치를 발표했고 이미 최저 수준의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비쳤다.
일본의 기관투자가들도 달러화 대량 매 입에 나섰다.미국에서도 엔저추세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금년 6월말 美.日 자동차시장개방협상이 일부 타결되면서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가치하락을 더 이상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지난 7월초 이후 미국 연방준비은행(FRB)과 일본중 앙은행의 외환시장 공동개입은 엔저추세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달러강세.엔저현상은 주요 국제시장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이러한 추세는 연말까지는 진행될것이며 달러당 1백엔 내외 수준까지 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므로 기조적인 엔화강세 압력은 상존한다고 보야야 할 것이다.
최근 진전되고 있는 엔低로의 반전추세가 우리경제에 주는 당면문제점으로는 일본경합품목의 수출부진,대일 국제수지적자 심화 및설비투자의욕 감퇴 및 이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의 위험성 등 여러가지가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당황해서는 안 된다.누구를 비난할 일도 아니다.아직은 국제환경변화에 피동적으로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엔고의 이점이 있는 반면 엔저의기회도 있다는 점에 착안해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당장은 엔저로 인한 자동차.선박.석유화학제품의 수출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기업의 수출 계약 조기확보 노력 및 물가안정 범위내에서의 원화절하 유도조치등이 도움이될 것이다.일본과 경합품목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비경합 품목은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엔저의 정도에 따라서는 급격히 증가할 수도 있는 대일 적자심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엔저를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엔저로 인한 일본의 경기상승에 편승해 대일 수출확대를 모색하거나 엔저로 값이 하락한 일본기업의 생산설비를 매입해 자본재 산업 육성에 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정부는 신축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국내투자의 급격한 감퇴를 조절하는 한편기업의 해외투자도 장려 하는 보안장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우리경제의 대외적 예민성(sensitivity)이 남달리 취약하다는 사실에 대한 뼈아픈 각성이 정부나 기업에 있어야 한다.무역규모가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11대 경제대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가 장 높다.국제시장에서 부는 바람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좋건 나쁘건 우리에게 더욱 심대하다.따라서 기업은 선물환 시장활용,시장 분산및 연계전략,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등 외풍에 슬기롭게 대응할수 있는 경영전략 구축에 새삼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정부정책도 이제는 세계시장(global market)동향분석을 전제로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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