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소피"-19세기배경 네덜란드판 여자의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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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생을 부모.남편.자식의 그늘에 의지하며 자신의 희망이나 욕구가 무엇인지 모른채 살아야했던 옛날 여성들의 삶.
이런 삶을 그린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은 알렉산더 아스트뤼크가 마리아 셸 주연으로 영화화했고(동양),우리나라에서도젊은 감독 이정국이 『두여자 이야기』(SKC)란 제목으로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스웨덴을 대표하는 감독 잉그마르 베리만 영화의 단골 배우이자 부인인 리브 울만의 감독 데뷔작 『소피』(드림박스)는 네덜란드판 『여자의 일생』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말 부유한 유대 상인의 외동딸로 태어나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평생을 산 한 여자를 담담하게 그린 이 영화는 92년 16회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너무나 금실이 좋은 보수적 부모님과 평생을 수녀처럼 살아온 3명의 이모들,그리고 폐쇄적인 유대 전통의식에 둘러싸여 살아온소피(카렌 리즈 민스터).파티장에서 정열적인 화가 호비를 만나사랑이 싹트지만 유대인이 아니란 이유로 헤어지 고 부모님 뜻대로 포목상 요나스와 결혼한다.
영화 말미에 자아를 의식하게 된 주인공의 변화가 드러나며 일순 『인형의 집』의 노라를 보는 파격을 기대하게도 하지만 정석플레이의 튀지않는 연출은 정교하게 묘사된 고전 풍속화를 보는 것 같은 선에서 마무리된다.글렌 굴드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슈베르트,막스 브루흐등의 아름다운 아리아들,흰 레이스로 장식된 얌전한 의상,그리고 29세의 가슴 설레는 아가씨에서 장성한 아들을 둔 어머니까지 좋은 연기를 보여준 주연 여배우를 비롯한 전출연진의 연기가 여류감독의 섬세한 연출속에 어우러져 요란하지 않은 울림을 준다.
〈비디오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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