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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두 번 받은 베테랑 기자 “흥미진진할 것 같아 한국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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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인 저널리스트 루 킬저(57·사진)는 천생 ‘신문쟁이’다. 취재와 기사 작성으로 숨가쁜 기자 생활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일대 철학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다 경험 삼아 잠시 있으려고 들어갔던 지역 신문에서 그러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인생 항로가 확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그 뒤 미국 기자들의 꿈이라는 퓰리처 상만 두 번을 수상하는 등, 권위 있는 70여 개의 상을 받아가며 ‘스타 언론인’으로 살아왔다. 제1·2차 세계대전에 얽힌 비화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역사서를 두 권이나 저술했다. 그런 그가 이달 초 한국에 왔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JMnet)의 일원인 영어일간지 중앙데일리(The JoongAng Daily)의 신임 치프 에디터에 부임한 것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땅을 밟은 것이 생애 처음이라는 그를 만났다.

-왜 한국을 택했나.

“모르는 곳이라 끌렸다. 나는 모험을 원했다. 잘 모르는 곳에서 흥미진진하게 일해보고 싶었다. 북한과 같은 흥미로운 취재원도 가까이 있고. 모험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20대에 아내와 중남미 전역을 1년간 정처 없이 떠돌았던 때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다는 와이오밍주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북적거리는 대도시가 그렇게 좋다.”

-와보니 어떤가.

“온 지 얼마되지 않아 뭐라 단정짓긴 어렵지만 배울 점도, 할 일도 많다는 건 확실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과 제휴한 중앙데일리는 꾸준히 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흥미롭다. 미국의 신문 시장과 비교해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다. ‘60분만에 한국어 통달하기’라는 책을 샀는데 몇 시간을 봐도 잘 모르겠다.”

-록키 마운틴 뉴스와 덴버 포스트에서 일할 때 각각 한 차례, 합쳐서 두 번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첫 퓰리처는 1986년 수상했는데, 당시 미국 전역에 퍼져 있던 미아(迷兒)에 관한 오해를 바로 잡는 보도였다. 당시 미국에서 아이가 납치돼 실종되는 숫자가 250만에 이른다는 보도에 부모들은 공포심에 떨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숫자가 너무 컸다. 보도의 토대가 된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잠시 미아가 됐다가 되찾은 아이도 포함한 숫자였다. 단순하지만 모두가 간과했던 오류였다. 유력지에서도 나의 보도를 근거로 자체 기사를 생산하는 등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두 번째는 91년 탐사보도 부문이었는데, 미네아폴리스 지역의 소방당국과 방화범 사이에 얽힌 부패스캔들을 파헤쳤다. 몇 달 걸려 취재했고, 파급 효과도 컸다. 모두가 언론의 진정한 힘을 절감했던 보도다.”

-『처칠의 속임수』(Churchill’s Deception) 및 『히틀러의 배신자』(Hitler’s Traitor)라는 두 권의 역사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에는 무궁무진한 비화가 묻혀있다. 미국 의회도서관이나 러시아의 KGB본부에 가면 자료가 넘쳐 흐른다. 히틀러가 최측근의 스파이 활동으로 무너졌다는 매력적인 이야기도 그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의 미녀 스파이에 대한 책도 준비 중이다. 물론 중앙데일리를 아시아 정상의 일간지로 성장시키는 데 내 몫을 다 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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