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全樂園.鄭德珍씨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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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석재(徐錫宰)前 장관발언 파문을 수사중인 검찰은 수사착수 하루만에 말썽이 된 비자금이 전직 대통령과는 무관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실제 전주는 카지노업자나 슬롯머신업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4천억원 계좌의 최초발설자는 이창수(李昌洙.43)씨이고 『카지노업자가 1천억원을 실명화시키려고한다』는 내용이다.
최초발설자인 李씨는 잠적한 상태다.때문에 문제의 카지노업자가누구인지는 정확지 않다.그러나 李씨의 말이 사실이었다면 그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수 있는 인물은 파라다이스 그룹회장 전낙원(田樂園.68)씨나 슬롯머신업계의 정덕진(鄭德珍. 55)씨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田씨는 지금 국내에 없다.93년 새정부 출범이후 사정한파가 슬롯머신업계에 이어 카지노업계에도 몰아치면서 수백억원대의 탈세를 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에 고발당하자 田씨는 해외로 도피,미국과 케냐를 오가며 귀국을 하지않고 있다.
우선 田씨가 해외체류중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李씨가 말했다는 전주는 田씨일 가능성이 크다.
카지노업계에서는 李씨가 田씨의 경리부장 또는 측근으로 알려져있어 李씨가 田씨의 숨겨진 재산 관리인이 아니었을까 추측 하고있다.그러나 田씨측은 이에대해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강력하게부인한다.
田씨측은 추징당한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기위해 포천에 있는 골프장을 판 것으로 알려져 있고 田씨정도의 거물이 돈을 실명화하기위해 그렇게 많은 「중간다리」를 놓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田씨는 외국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카지노업을 권장했던 5공 최고위층과 밀접한 사이였다.따라서 전주가 田씨는 아닐지라도 5공때 친분관계를 유지한 「실력자」의 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없다고 카지노 업계에서는 추론하고 있다.
田씨와 함께 유력한 전주로 꼽히는 鄭씨는 93년 사정회오리에휘말려 구속됐다 지난해 9월 징역2년.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다. 그의 재력이 엄청난건 사실이지만 가뜩이나 이목이 집중돼 있는 마당에 또다시 물의를 빚을만한 행동을 한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는 얘기가 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다.鄭씨를 수사했던 홍준표(洪準杓)검사는 『단언하긴 힘들지만 鄭씨 의 돈일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鄭씨의 경우에도 田씨와 마찬가지로 자기 돈은 아니더라도 사업을 하면서 음양으로 관계를 맺고 바람막이 역할을 해온 「사람」의 돈을 관리했을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슬롯업계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田씨나 鄭씨가 숨은 전주인지,아니면 이들은 엉뚱한 구설수의 희생양인지는 검찰 수사가 좀더 진행돼야 밝혀질것 같다.
〈金鍾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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