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슬람근본주의>5.이란-혁명 수출하며 新이슬람벨트 형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런던 히드로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 가까워지면 이란이 이슬람공화국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비행기를 탈 때 자주 눈에 띄던 화려한 색깔이 갑자기 사라지고 주위가 검은색으로 일변한다.여성들은 모두 루사리(머리를 덮는 검은색 스카프)를 덮어 쓰고 검은색이나 회색으로 된 루푸시(코트式 겉옷)를 꺼내 입는다.
수염을 기르지 않거나 원색의 반소매 셔츠를 입은 남자들은 공항 입국심사 때부터 곤욕을 치른다.여성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년에 세번씩 있는 혁명경찰의 일제 단속기간에는 루사리 밖으로머리카락이 보이거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한 외국 여성들이 경찰에 끌려가 봉변을 당한다.
하루에 다섯번씩 모스크(이슬람사원)첨탑에 오른 무엣진(소리치는 사람)의 『알라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아단(예배시간을 알리는 소리)에 따라 메카를 향해 무릎을 꿇는 전세계 무슬림은 약 12억명.그중 13% 에 불과한 소수 시아派에 속하면서도 이란은 지난 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이슬람국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산아제한이 철폐되면서 혁명당시 3천5백만명이었던 인구가 6천5백만명으로 늘어 인구수로도 이슬람대국이 됐다.옛소련 붕괴후 이슬람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는 중앙아시아를 동남아시아로 이어주는 지리적 요충으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
美국무부 보고서는 이란을 축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이른바 「新이슬람벨트」가 脫냉전후 국제질서 재편의 최대현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 지역내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슬람근본주의가대두될 가능성을 서방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슬람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가 늘어나기를 희망한다』며 이슬람혁명 수출의사를 분명히 한 부르자르디 이란 외무차관은 『이슬람혁명의 수출이란 폭력의 수출이 아니라 이슬람원칙에따라 운영되는 정치.행정시스템의 수출일 뿐』이라 고 강조한다.
新이슬람벨트의 중심국은 이란.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파키스탄 등 카스피해 주변 11개국.여기에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동남아이슬람권이 가세하면서 카스피해에서 동중국해에 이 르는 거대한 「제2의 중동」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옛소련 몰락 이후 힘의 공백상태에 빠진 이 지역에 터키를 앞세워 對이란 영향력 차단에 나서고 있다.미국은 중앙아시아 6천4백만명의 주민 대부분이 인종과 언어면에서 투르크계통이고,아제르바이잔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가 모두 이란 의 시아派와대립하는 순니派 이슬람국가들이란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터키조차 이슬람근본주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이슬람공동체」건설을 주장하는 이슬람복지당(RP)이 도시주변에 모여든가난한 이농민을 중심으로 급속히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지난해 3월 RP는 지방선거에서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 시 이스탄불에서승리했으며,최근 여론조사에서도 20~22%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제2신대륙 발견에 비유 미국은 新이슬람벨트의 부상을 「제2의 신대륙 발견」에 비유하면서 이란 봉쇄를 위한 대책마련에골몰하고 있다.
『내가 당신과 함께 있든,그렇지 않든 신성한 이슬람혁명을 이교도의 손에 넘겨주지 말라.』 테헤란 시내 남쪽에 있는 호메이니翁의 묘지정문에 적혀있는 그의 유언은 新이슬람벨트의 불길한 장래를 예고하고 있다.
[테헤란=李哲浩특파원] 崔聖愛전문기자 (중앙아시아) 裵明福기자(북아프리카) 李哲浩기자(중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