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錫宰 비자금 파문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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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의 검찰진술이 박두했다.徐前장관은 해명서를 통해 1일 있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을 했다.이해명에서 이번 파문을 둘러싼 몇가지의 의문점이 규명될지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첫째는 徐前장관에게 그같은 제의를 한 인물이 과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는 점이다.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자연히『4천억원중 2천억원을 헌납할테니 나머지의출처조사를 면제해달라』는 제안은 매우 무책임한 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그럴 경우,즉 자격도 없는 사람의 황당한 얘기를 徐前장관이 술자리에서 옮겼다면 조사하고 말고가 없어진다.파문은 해프닝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은 비자금 4천억원의 처리를 둘러싼 제안이 실제로 있었을경우다.이때는 다른 미스터리가 생긴다.
우선 그 상대를 徐前장관으로 고른 이유가 규명돼야 할 것이다.徐前장관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핵심측근이 분명하나 유독 그를 통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관련계통에 있지도 않다.그가 이 문제를 경제수석이나 국세청장에게 물어 봐야 했다면-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차라리 경제수석이나 국세청장에게 직접 교섭을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보안도 지켜지고 간편하며 이들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 역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둘째로 중간에 선 인물의 자격이다.지적한 대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해지고 있다.그러면 문제의 인물은 전직대통령 대리인의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얘기가 된다.정가에는 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이 경우도 전주(錢主)가 자신의 약 점을 여기저기 알려가면서 여러 다리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민자당의 김운환(金운桓)의원이『徐장관과 함께 6명쯤 있는 술자리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은적이 있다』고 한말도 이상하다.
그런 중요한 말을 여러명이 있는데서 털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徐前장관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그런 발언을 했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물론 그가 현정부와 과거 정부의 청렴성 차이를강조하려고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그러나 자신의 말이 밖으로,더구나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바랐을지는 의문이다.
이와관련,徐前장관이 출신지역인 부산의 각 언론사 간부들을 만나 유사한 얘기를 했다는 설도 있다.이를 두고 계획된 발언으로보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현지의 유력지간부는『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徐前장관의 발언내용과 경위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있다.
이는 각종 풍설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지만 그만큼 내용이 부실하다는 반증도 된다.
어쨌든 의문점들은 당국의 조사에서 어느정도 규명이 될 것이다.문제는 여론의 관심이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자체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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