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얼굴붉히며 언성높히며 出國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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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심하다.명색이 공인이라는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발언으로나를 상처내고 명예를 실추시키고….』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이화가 나도 단단히 났다.그는 7일 저녁 美하와이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고약한 일』『한심한 작태』『나라 망신』이라는등 발끈했다.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의 전직 대통령 비자금설에 대해 직접 처음으로 입을 열면서 그는 매우 흥분했다.
盧前대통령은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출영나온 강영훈(姜英勳)前총리,정해창(丁海昌)前비서실장,서동권(徐東權)前안기부장,정구영(鄭銶永)前검찰총장등에게『이상한 구설수로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죄송하다』고 일단 말문을 열었다.그러나 기자들이 들이닥쳐 대응방침.검찰조사등에 관해 묻자『할말은 이미 다했다』며 명확한 언급은 회피한 채 자기 불만을 여과없이,강도높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참을 만큼 참았음을 부각시켰다.
『재임때 참 많이 참았다.퇴임후 동네북처럼 얻어맞을 때도 참았다.민주발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참고약한 일이 발생했다.세계에서 가장 잘 참는 나라도 이제는 참을 수 없다.』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했다.그러면서『내가 누구냐.어떻게 대통령이 됐고 퇴임했는가.소문으로 명예가 실추돼 기쁜가.창피하다.뭐 이런 일이 다있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盧前대통령은 이어『개인의 명예가 실추돼 누가 득볼 것인가.아무도 이익볼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아마 우리나라를 망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이날 姜前총리등재임때 내각.참모진 20여명이 나온 盧前대통령 출국자리에는 보도진.여행객등 1백여명이 몰려 4천억원 비자금설의 파문이 엄청남을 반증했다.
그러나 동서인 금진호(琴震鎬)의원부부와 함께 출국한 盧前대통령은『이번 문제는 진상이 꼭 밝혀져야 한다』고 단호히 말하며 이번 파동이 자신과는 무관함을 주장했다.
〈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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