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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假.借名계좌 서장관 발언파문-政街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직 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비資金)설로 하한(夏閑)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증권가의 루머」수준으로 치부하면서도 앞으로 정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모습이고 야당은 일제히 국정조사와검찰수사등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서석재(徐錫宰)장관의 발언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판단하고 있다.
한승수(韓昇洙)비서실장은 3일 오전 徐장관으로부터 해명을 듣고 휴가차 청남대에 머물고 있는 金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했으나金대통령의 반응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이런 소문이 증권가에 오래전부터 떠돌았으나확인되지 않았다』며『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을 야당시절부터 보좌한 徐장관이 그런 발언을 했으니 조사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일반 국민들이 믿어 주겠느냐』며 난감해 했다 .
한 고위 관계자는『徐장관이 어떤 형태든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면서『8월말이나 9월초로 잡혀있던 당정개편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춘구(李春九)대표의 휴가로 인해 김윤환(金潤煥)총장 주재로 열린 민자당 고위당직자회의는 시종 침울했다.향후 정국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의후 박범진(朴範珍)대변인은『잘못하면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회의 분위기를소개했다.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민자당은 일단『徐장관이 단지 루머를 전한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며 조기수습하려는 인상이다.
그러나 徐장관의 발언에 대해 민주계와 민정계간 시각차가 뚜렷해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계인 김운환(金운桓)조직위원장은 徐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밥먹는 자리에서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했을 뿐이지 정치성이있는 발언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민정계는 민주계 핵심 실세가 그같은 언급을 했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개혁정책 보완을 요구하는 민정계의 도덕성을 흔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분위기다.
…야권 3당은 4천억원이란 자금의 규모도 규모려니와 권력 핵심부가 그런 말을 흘린데는 심상찮은 배경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야권은 일제히 성명이나 논평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그러나 야당에서 이런 외형적인 공세보다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여권내부 기류 변화다.자민련의 안성열(安聖悅)대변인은『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정국 움직임,특히 5, 6共신당설과관련이 있지 않은가 주목한다』고 말했다.신당의 박지원(朴智元)대변인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신당의 김대중(金大中)상임고문도 3일 의원총회에서『3당 합당후 김종필(金鍾泌)총재가 떨어져 나갔고 TK세력도 떨어져 나가고 있어 민자당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金대통령은 위기때 밀고나가고 중앙돌파를 하지만 잘못하면 자기 그물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비자금 얘기는 金대통령의 정면돌파 전술이란 뜻이다.
신당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여당이 실명제를 정권유지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측은 각각 『우리와는상관없는 일』이라며 說을 부인했다.
全씨의 한 측근은 『全前대통령이 퇴임한뒤 모든 자금에 대한 계좌추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盧씨의 측근은 『盧前대통령은 신문보도를 보고 도대체 무슨 얘긴지 알아보라고 했다』면서 『우리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말했다. 徐장관 발언의 파장은 全씨보다는 盧씨쪽에 더욱 세게 미칠 것같다.
연희동에 정통한 여권의 소식통은 『2년전 금융실명제가 단행될때 연희동 주변에서는 「全씨는 대비를 했는데 盧씨는 미처 못했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나돌았다』고 소개했다.
〈金斗宇.金鎭國.鄭善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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