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프로골퍼도 '알까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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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자 프로골프 선수가 공식 대회에서 속칭 '알까기'를 한 혐의로 몰려 실격처리됐다.

16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따르면 문제의 주인공은 중견 골퍼 K씨. 실격 사유는 지난 9일 제주 크라운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시드 선발전 본선 1라운드 경기 도중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목격자들은 "K프로가 15번홀에서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왼쪽의 아웃 오브 바운스(OB)지역에 떨어지자 다른 공을 꺼내 페어웨이에 몰래 떨어뜨려 놓고 경기를 계속했다. 알까기라고 불리는 고의적인 오구(誤球)플레이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K씨는 동반 라운드하던 선수가 15번홀 경기 후 경기위원에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1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실격당했다. 당시의 경기위원은 "이의 제기를 받고 현장에 가 확인해 보니 K프로가 수리지 부근에서 마크도 하지 않고 공을 집어든 뒤 드롭한 것으로 드러나 실격처리가 불가피했다. 동반 선수들에게 의사를 밝히지 않고 드롭한 것만으로도 실격사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알까기를 했는지는 좀더 조사해 봐야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K씨는 "당시 앞 팀과 간격이 벌어져 급하게 경기를 진행하려다 일어난 해프닝일 뿐"이라며 "드롭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알까기를 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함께 라운드했던 프로들은 "만약 공이 OB지역이 아닌 수리지 부근에 떨어졌다면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15번홀을 마친 뒤 바로 옆 16번홀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서 K프로가 사용했던 점찍힌 공(타이틀리스트 프로V1)까지 발견했다. 알까기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

프로골프협회 측은 곧 상벌위원회를 열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한 뒤 K씨에 대한 징계를 논의키로 했다.

9~10일 2라운드에 걸쳐 열린 시드 선발전에는 예선을 거친 91명의 프로가 참가했다. 그 중 상위 입상자 60명은 1부 투어, 나머지 30명은 2부 투어 시드를 받았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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