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젤코<左>가 스파이크를 성공시킨 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고 있다. [사진=임현동 기자]左>
삼성화재 외국인선수 안젤코의 스파이크가 불을 뿜으면 현대캐피탈 후인정·로드리고의 강타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했다. 본능적으로 내민 손에 공이 걸려 넘어왔고, 무의식적으로 스파이크를 때렸다.
30-30. 범실을 줄이는 싸움이 시작됐다. 39-39에서 고희진의 속공으로 40-39로 앞서나간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 하경민의 속공이 아웃되면서 3세트를 가져갔다. 41-39. 승자는 삼성화재였다.
균형이 깨진 뒤 삼성화재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 반면, 허탈감이 엄습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4세트를 손쉽게 따내며 3-1로 승리했다. 80점을 주고받은 3세트는 역대 최다 스코어 및 최장 시간(44분) 세트로 기록됐다.
경기 전 삼성화재 벤치의 표정이 어두웠다.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안젤코가 발목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안젤코는 정규시즌 막바지 즈음 훈련 과정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휴식이 필요하다 보니 챔프전을 앞두고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기회조차 없었다. 경기 전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안젤코가 점프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1세트를 내주자 신 감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안젤코는 7득점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31.58%에 그쳤다. 경기 감각이 완전하게 돌아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2세트부터 점차 안정을 찾았다. 공격 성공률도 53.85%로 올라왔다. 안젤코는 24-23에서 3인 블로킹을 뚫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신 감독은 4세트 안젤코에게 휴식을 주려 했지만 본인이 거절했다. 교체 투입되고도 11점을 퍼부었다. 39득점의 안젤코는 “발목이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2승 남았으니 열심히 뛰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2차전은 12일 대전에서 열린다.
◇양 감독 말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3세트보다 2세트가 아쉬웠다. 앞서가다 뒤집어지면서 다 잡은 대어를 놓쳤다. 삼성화재는 역시 무서운 팀이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 때 확실히 누르지 못하자 그 틈을 파고 들었다. 남은 경기에서도 1~2세트처럼 안젤코를 막는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
글=정회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