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수입세가 밀수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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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백억원대 금괴 밀수가 적발됐다.밀수는 관세를 포탈하는 것이므로 나쁘다.그러나 이 세계화시대에 金수입에 관세와 수입시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건 그 자체가 불합리한 제도다.
왜 불합리한가.금은 화폐이기 때문이다.금은 그 어떤 속성보다화폐라는 속성이 뚜렷하다.금은 화폐 가운데서도 가장 확실한 국제적 유동성을 갖는 외환이다.달러貨.엔貨.마르크貨 사이의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고,멕시코의 페소貨처럼 폭락하 는 화폐가 있는 요즘 세상에는 더욱 그러하다.
만일 달러貨에다 지금 금에 매기는 것처럼 13%의 수입세를 매긴다고 하자.1백달러짜리 한 장은 통관을 거치면 1백13달러짜리가 된다.그만큼 한국돈은 항상 값이 깎여야 하고 인플레이션압력과 수입성향을 유발하게 된다.우리나라의 연간 금 수요 2백가운데 적어도 80% 이상이 밀수되는 까닭은 이 13%라는 확실한 돈벌이의 유혹 때문이다.금밀수 금액은 한해 1조8천억원에이른다는 추정이다.
금에 수입세를 매겨 국내 금값을 비싸게 하기보다 거꾸로 국내금값을 외국보다 싸게 하는 정책이 오히려 바람직하다.외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금제품을 사고 싶게 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금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따 라서 커진다.
금은 다른 물건의 값을 매기는 가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은 돈이기 때문에 금붙이를 산다는 것은 저축이지 소비가 아니다.소비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금패물에 부가되는 가공작업만이다.이 가공에서 생긴 가치에 대해서는 내국세를 부과할 만하다.금에 수입세를 매김으로써 가장 손쉽게 이득을 챙 기는 것은밀수꾼이다.금이라는 저축 수단을 사는 국민의 몫을 수입세라는 제도가 들어서 고스란히 밀수꾼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각국 통화가 환율 불안에 처해 있는 시대에는 더욱 금수입세를 폐지하고 민간의 금보유 확대를 권장할 만하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자금능력 부족으로 못하는 안정적 외환지불준비를 민간이 대신 해주는 셈이 된다.그리고 외국으로 부터 핫 머니가 증시에 몰려올 때는 민간이 금을 수입해 보유해주면 통화 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그만큼 줄이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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