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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곡물시장에 新黃禍論-12억 중국 식량부족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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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2억 인구의 중국이 지난해부터 곡물수입국으로 전락하면서 세계곡물시장에서 新황화론(黃禍論)이 일고 있다.
80년대 이후 중국이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급격한산업화에 나섬에 따라 경지면적 감소와 농민들의 이농(離農)현상이 두드러지고 최근엔 홍수.가뭄등 자연재해까지 겹쳐 곡물수입량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곡물가격이 치솟게 돼 식량수입국들은 먹거리를 사들이는 데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판이다.
올해 세계 곡물생산량은 쌀 5억4천5백만t,밀 5억4천9백만t,잡곡류 6천9백만t으로 각각 추산된다.
미국과 독립국가연합(CIS)이 가뭄으로 흉작을 보인데다 중국.인도등 아시아지역도 올해 홍수.가뭄등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세계곡물 재고량은 지난 73년(당시 소비량의 55일分)이후 최저수준인 51일分에 머무르 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세계식량수급에 「태풍의 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중국은 지난 93년 8백만t을 수출했으나 지난해엔 오히려 1천6백만t의 곡물을 수입해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곡물수입국이 됐으며,올해는 그 규모가 2천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이 곡물수입국으로 떨어진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최근몇년새 곡창지대인 양쯔(揚子)江 중하류에 대홍수가 발생한데 이어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산업화에 따른 공장.주택.도로건설등으로 인한 경지(耕地)감소도 큰 요인이다.최근 15년간 중국의 경지는 약 4.
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정책에도 문제가 있다.시장경제 도입으로 비료.종자.농약등농업생산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반면 정부가 농가로부터 수매하는가격은 제자리에 머무르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수지가 맞지 않는 쌀농사보다 돼지.닭등 축산쪽으로 전업하는가 하면,채소.과일.화훼등 환금성(換金性)이높은 작물에 매달리고 있다.곡창인 쓰촨(四川).후난(湖南)省의경우 대부분 젊은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갔고 그나마 농촌에 남은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양돈.양계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李陽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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