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PC 고백성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92년 11월11일 영국(英國)의 BBC방송은 영국 국교인 성공회(聖公會)의 여성 사제(司祭)서품(敍品)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교단회의 표결 상황을 이례적으로 전국에 생중계해 관심을 모았다.표결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3개 회의체 모 두 의결에 필요한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나타났다.주교회의는 39대18,신부회의는 1백76대74,평신도회의는 1백69대82로 모두 여성 사제를 허용하는 혁명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더 타임스紙등 영국의 언론들은 이 결과를 1면 머릿기사로 싣고 우려를 표명했으며,수백명의 사제들이 이탈을 선언하면서 미사를 집단으로 거부하는등 파문이 꼬리를 물었다.막상 작년 3월 34명의 새 여성 사제 서품식이 거행되고난 후 성 공회는 눈에띄게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다.수십명의 저명인사 신도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교적을 가톨릭으로 바꾼 성공회 사제만도 수백명에 이르렀다.
처자식이 딸린 2백여명의 사제를 받아들인 가톨릭은 성직자의 결혼을 금하는 규정 때문에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여성 사제 서품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했지만 성공회는 「종교의 포괄성」을 긍지로 삼는 엘리자베스 1세때부터의 전통 때문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몇년새 「예수는 여성관계가 전혀 없었는지」 의심하는 주교,「성모(聖母)의 처녀 잉태설과 예수의 부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주교도 나타나자 성공회 폐지론까지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각종 신학(神學)이론을 포용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요소를 결합하는 「교량」역할을 자임(自任)해온 성공회는 이제 보수와 개혁의 틈바구니에서 심각한 갈등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세계적 컴퓨터 통신망인 인터네트를 통해 고백성사.강론등 「처치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교회를 운영키로 했다는 것도 성공회가 신자들에게 좀더 가까이 접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믿음의 깊이나 죄의 크기에 따라 기피되는 일도 많았다는 점을감안하면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죄를 고백할 수 있고 면죄의 회답까지 받아볼 수 있게 한 성공회의 새로운 고백성사 방식은 상당한 호응을 얻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말에 교회를 찾지 않거나 성경 읽기를 싫어해도 편한시간에 「처치네트」를 이용하면 무방하다는 성공회의 또 다른 개혁이 영국교회내에 어떤 불씨를 일으킬는지 궁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