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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2집앨범 녹음현장 런던 현지취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번만 다시 합시다!』 지난 22일 오전 런던 햄스테드의 에어 스튜디오안 린드허스트홀.
교회당을 개조한 스튜디오라서인지 들어서는 순간 옷깃이 여며지는 경건함 마저 감돌았다.
이곳에서 소프라노 조수미는 삼성나이세스와의 2집 앨범 녹음을위해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녹음중인 곡은 런던필은 물론 조수미에게도 생소했던 신작가곡 『아리아리랑』(안정준 작곡).원래 20일 녹음 예정이었으나 어렵고 힘든 곡이어서 마지막 날로 옮겼다.몇번 녹음 끝에 지휘자와 프로듀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으나 조수미는 제한된 시간이 아쉽다는 듯몇번이고 다시 하자고 말했다.
시계바늘이 오후1시를 가리키자 단원들은 점심식사를 위해 스튜디오를 떠났지만 플루트와 하프만으로 반주하는 『자장가』(김대현작곡)를 다시 녹음하기 위해 3명의 연주자와 지휘자,조수미만 남았다.스테판 폰 크론(34)같은 젊은 지휘자가 아니었더라면 녹음과정이 결코 수월치는 않았을 것이다.여기서도 조수미 특유의용의주도함이 엿보였다.어차피 자신의 얼굴이 될 이 앨범의 제작과정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조수미는 녹음 도중 기자와 만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녹음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또 『아리아리랑』『봉숭아』등 선곡과정에서 보듯 광복 50주년을 맞는 한국팬들에게 주는「축하선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조수미의 2집앨범 녹음을 위해 소요된 경비는 모두 1억3천만원.스튜디오 사용료 3천만원,런던필 연주료 3천6백만원,그리고 편곡료.개런티를 포함한 금액이다. 조수미는 이번 앨범에서 한국가곡은 물론 英.伊.獨.佛.西 등 6개국어로 된 노래를 녹음해 유창한 외국어 실력도 자랑한다.외국곡 중에서 눈에 띄는 곡은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지금까지 샹송풍의 가벼운 터치로 불려졌으나 잘 알려지 지 않은 베를리오즈의 편곡을 사용해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레온카발로의 칸초네 『마티나타』(아침의 노래)를 비롯,거의 모든 한국가곡의 편곡을 프랑스인 프랑수아 로베르가 맡았다.
로베르는 샹송 가수 자크 브렐의 편곡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장본인. 이외에도 오페라 곡으로는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거슈인의 『포기와 베스』중「서머타임」,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위에』 등 총 17곡이 수록돼 있다.
『한국가곡을 국제무대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적 수준의 편곡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번 앨범을 기획한 김의신(金宜信.25)씨의 말이다.金씨는 서울예고 재학중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로 유학,성악을 전공한 후 런던시립대에서 예 술경영학으로석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지난 3월 삼성나이세스에 입사한 후 조수미 앨범제작의 「특명」을 받고 현장에 뛰어들어 에어스튜디오와런던필 섭외는 물론 레코딩 과정에서도 성악전공자의 장점을 십분발휘해냈다.
무반주로 부른 『한오백년』은 억지로 국악 창법을 흉내내기 보다 구성진 가락을 벨칸토 창법으로 승화해 낸 새로운 「조수미流」였다.평소 혼자 집에 있을 때 흥얼거리는 노래란다.曺씨는 『고국을 그리워 하는 심정을 담은 노래』로 이해달라 고 말했다.
KBS-FM이 위촉한 신작가곡 『강건너 봄이 오듯』(작곡 임긍수)을 비롯해 홍난파의 『봉숭아』,윤용하의 『고독』,이흥렬의『코스모스를 노래함』,민요 『울산아가씨』등이 수록된 조수미의 2집 앨범은 오는 9월초 국내서 발매될 예정이다 .
[런던=李長職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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