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다양한 장르 영상매체 수용할 법규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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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각종 멀티미디어 타이틀의 규제방식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각종 컴퓨터 오락물에 대해 그것이 비디오와 같은 영상 오락물인가,아니면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가에 대한 것이다.
컴퓨터가 저장.연산매체의 기능을 넘어 동화상을 이용한 내용 전개까지 가능케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영상예술 매체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현행 법규가 존재하지 않아 여러가지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 음반및 비디오법에 따르면 「비디오물」을 『영상물이 유형물에 고정되어 재생될 수 있도록 제작된 물체』라 정의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의에 제시된 유형물이 최근엔 컴퓨터에 의해,컴퓨터를 위해 만들어지는 매체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형만 보고 그것이 영상물인지,사무용 컴퓨터 프로그램인지 분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어떤 제품이 CD롬 타이틀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정한 법의 대상이 된다면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담고 있는 내용이지 그릇이 아니다.실제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다양해짐에 따라 그 내용 구분도 모호해졌다.
CD롬 타이틀이 영상물의 저장매체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단순재생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내용 전개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부가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독자가 줄거리를 결정할 수 있는 쌍방향 소설까지 나와 있는 게 현실이다.영상물은 다양한 매체에 프로그램이 가미된 복합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총괄하는 규정에 있어서도 새롭고 명확한 정의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선 내용보다 형식을 위주로 규제하는 현행 음반및 비디오법은 개선돼야 마땅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내용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CD롬 타이틀에 책이 수록됐다면 도서로,영화가실렸다면 영화로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컴퓨터 게임은 영화.비디오등의 다른 오락물에 비해 현실감과 참여감이 매우 높아 폭력.음란물이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도 더욱 크다.
음반및 비디오법에 컴퓨터 게임도 포함하는 전자오락의 장르가 하루빨리 명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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