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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이소연씨, 그곳 김치 맛은 어떤가요 … 한식 ‘우주만찬’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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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대한민국 첫 우주인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서울 이마트 용산역점에서는 ‘우주인 김치’ 행사가 열렸다. 우주인 복장을 한 여성이 바싹 건조된 김치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이소연(30)씨가 우주에 올라간 지 닷새째 되는 12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선 한식으로 차려진 ‘우주 만찬’이 열린다. 이씨와 동료 우주인들은 밥과 김치에 된장국을 곁들이게 된다. 후식으론 홍삼차를 맛보게 된다. ‘유리 가가린의 날’을 맞아 ‘신입’ 한국 우주인을 환영하는 한국 음식잔치가 열리는 것이다. 한국 전통음식 10가지도 우주식품으로 데뷔한다.

◇한국 식품 기술의 쾌거=한국형 우주식품은 1월 러시아 연방우주청 산하 생물학연구소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개발된 식품은 한국식품연구원이 국내 업체와 함께 만든 볶은 김치(대상FNF)·고추장·된장국(대상)·밥(오뚜기)·홍삼차(한국인삼공사), 녹차(보성군). 한국원자력연구원도 라면(농심)·김치(CJ제일제당)·수정과(동원)·생식바(이롬)를 만들었다. 이들 식품은 약 100일간 미생물학적 성분 검사와 온도 변화에 따른 저장성 평가를 통과했다. 김성수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한 품목도 낙오되지 않고 모든 식품이 한 번에 인증을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러시아 측에서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우주식품 제조의 핵심은 ^장기간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고 ^맛과 향이 유지되며 ^먹기 간편하고 ^부피와 무게를 줄이는 것. 김 박사는 “우주식품은 1년에 2~3회 우주화물선에 실려 ISS에 공급되기 때문에 상온에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ISS에는 냉장·냉동시설이 없다. 우주식품 대부분이 수분 함량 5% 이하의 건조식품인 이유다. 국내 연구진이 마주친 난제도 수분·미생물과의 싸움이었다. 김치·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이 많은 데다 수분 함량도 높기 때문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동결 건조와 무균 포장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고온 살균과 방사선 처리를 택했다. CJ제일제당과 함께 김치를 개발한 이주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김치의 맛과 조직감을 살리면서 균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찾는 데 1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부피와 무게를 줄여라=연구원과 식품업체는 식품 경량화에도 공을 들였다. 볶은 김치를 개발한 김종영 대상FNF 과장은 “1인분 김치량(80g)의 무게를 동결 건조방식으로 8분의 1가량(10g)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밥은 210g에서 10g으로 확 줄였다. 간편한 조리법도 개발했다. ISS에 있는 가열기구는 최고 온도가 섭씨 70도까지밖에 안 올라간다. 정성욱 농심 면개발팀장은 “우주라면은 낮은 온도에서도 잘 데워질 수 있도록 면발에 미세한 구멍을 뚫었고, 국물 처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면과 수프를 섞은 비빔면 형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일부 식품은 외국 우주인의 입맛을 잡기 위해 글로벌화를 시도했다. 박채규 한국인삼공사 연구개발팀장은 “우주 홍삼차는 쓴맛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물의 양을 일반 홍삼차(80mL)보다 더 많이(100mL) 잡았다”고 설명했다. 고추장과 된장국은 짠맛과 매운맛을 10%쯤 낮췄다.

◇상품화 가능성은=우주식품은 장기 보관할 수 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비상용이나 군수식품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또 레저인구가 늘면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홍 대상 상무는 “김치·고추장·된장국을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무균화된 식품은 환자식으로 활용 가능하다. 정성욱 농심 팀장은 “면역력이 낮아 기존 식품을 멸균한 뒤 섭취하는 환자들을 위한 라면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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