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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대의원 자녀들 ‘오바마 서포터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빠, 도대체 언제 오바마를 지지하실 거예요?”

“간단히 결정할 문제가 아니란다, 얘야.”

“아빠, 언제 할 건지 얼른 대답하세요, 네?”

최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펜실베이니아주의 밥 케이시(민주) 상원의원. 그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딸 줄리아(13)와의 대화를 공개했다. 줄리아뿐 아니라 11~19세인 그의 네 딸 모두 오바마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 방마다 오바마의 사인이 들어간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고, 오바마의 연설이 생중계되는 날이면 숨죽인 채 TV 앞에 모여 앉는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오바마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왔던 그는 딸들의 끈질긴 성화에 못이겨 결국 오바마 쪽으로 돌아섰다.

그뿐만이 아니다. 짐 도일 위스콘신주 주지사는 입양한 두 흑인 아들에 이어 일곱 살짜리 손자까지 오바마 편을 들고 나서자, 못 이기는 척 오바마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손자가 그러더군요. ‘할아버지, 오바마는 우리들을 위해 진짜 열심히 일할 거예요’라고.”

뉴욕 타임스는 8일 상당수 민주당 수퍼 대의원(상·하원의원, 주지사 등 당연직 대의원)들이 자손들의 설득에 힘입어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레어 매커스킬(미주리주) 상원의원, 캐슬린 시벨리우스(캔자스) 주지사, 에이미 클로부처(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등도 그런 경우다.

이 신문은 “베이비붐 세대(1946~64년 출생자)는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와 정서적으로 깊이 연관돼 있어 자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정치 문제까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들은 자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자신들이 40년 전 청년기에 품었던 정치적 열정과 이상주의가 부활했다고 느끼는 듯하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변화’와 ‘희망’의 긍정적인 메시지, 캠퍼스와 인터넷상의 탄탄한 조직력 덕분에 다른 후보들보다 젊은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출구조사 결과 지금까지 실시된 민주당 경선에서 30세 이하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오바마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모들에게 유튜브에 뜬 오바마 관련 최신 동영상을 보내주는가 하면 ‘엄마·아빠에게 오바마를 찍으라고 말해’라고 쓰여진 스티커를 자동차 범퍼에 붙이고 다닌다. 그 덕인지 힐러리가 강했던 중년·노년층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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