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16.교과서 밖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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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강대가 발표한 96학년도 논술 모의고사 문제가 지난 6일자中央日報에 소개됐다.그러자 이 강좌를 꼬박꼬박 스크랩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이 『서강대 96학년도 논술모의고사는교과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논제가 아니 냐』고 전화했다.물론 그렇다.
문제1은 미국 청소년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법을 소개하고,그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실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묻는 논제였다.「문항해설」을 살펴보면 제시된 시사적인 예문을 토대로 찬.
반,혹은 신중론중 어떤 결론을 내리든,그것을 정당 화하는 논변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쓰레기 처리 대책에 대해 논하라」는 식의정책 대안을 묻는 시사적인 문제와는 다르다.
그러나 이 논제에는 보다 근본적인 철학적.법적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물론 그 정도까지의 분석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만약 이러한 문제를 고려한다면 이 주제는 다른 방식으로 출제될 수도 있다.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통금법을 예문으로 제시하면서 「청소년들은 경우에 따라 자신의 자유를 제한받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논제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문제2는 달의 주기적 변화에 주목해 달이 「가변적 존재」라는주장과 「불변적 존재」라는 주장을 대비.소개하고,어느 주장이 옳은가를 논술하라는 매우 형이상학적인 논제였다.
어쨌든 이들 모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논제다.앞으로도 논술을 교과서에서 출제하라는 제한규정이 없는 한 교과서를 벗어난 논제가 출제될 수 있다.인간의 지식중 교과서에 실린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그렇기 때문에 교과서 뿐만 아니라 신문.인문사회과학 관련 도서를 풍부하게 소화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그럼에도 교과서는 어떤 사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논술 대비 공부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등학교 교과서를 분석해 볼 때,그 곳에서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제시할만한 기본적인 논제 수백개를 추출해낼 수 있다.이를얼마나 잘 요리해 학생들이 먹기 좋은 음식을 만드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교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다음 회에는 「교과서에서 출제될 수 있는 문제들」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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