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우리은행장 “미국 현지은행 인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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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해춘(사진) 우리은행장은 7일 도쿄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현재 38개인 해외 점포를 2010년까지 2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해외 영업 확대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박 행장은 “국내 은행들은 수익의 95% 이상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다”며 “이제는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영업하는 은행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올 들어 중국·러시아·미국·일본 시장을 차례로 점검해 왔다. 박 행장은 “돌아본 결과 국내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이들 지역에 국내 은행의 금융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중국 40개, 러시아 5개, 카자흐스탄 1개, 일본 5개 등으로 지점과 법인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는 현지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계획을 털어놨다. 그는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은행 값이 반값으로 내려가 있어 한 곳만 인수하면 지점 수십 개가 함께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는 미국 투자가들이 한국의 은행을 사들였지만, 지금은 한국 자본이 미국 은행을 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해외 점포망을 확충한 뒤에는 일단 교민과 해외에 진출한 지사와 상사를 대상으로 영업한 뒤 궁극적으로는 현지인 대상 영업에 나서 현지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박 행장은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각각 위안화와 루블화 영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쿄에만 영업 중인 일본에서는 외환위기 직전처럼 오사카·요코하마 등 모두 5개 점포 체제를 다시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일본 영업 확대를 위해 이미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일본우정 유초은행·세븐은행 등과 손잡고 일본 전국 5만8000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를 통해 현금인출·해외송금이 가능한 해외 점포 서비스를 가동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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