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스코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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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박준철씨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박세리<左>가 샷 연습을 하고 있다. [란초 미라지=원용석 기자]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열심히 샷 연습을 하고 있는 박세리에게 아버지 박준철씨가 연신 ‘잔소리’를 했다.

“세리야, 스윙이 오른쪽으로 치우쳤어.”

“왜? 오늘 이렇게 쳐서 잘됐잖아.”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그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2라운드까지 박세리는 2언더파 공동 7위로 괜찮은 성적을 냈다. 박세리는 LPGA 데뷔 10년의 베테랑에 투어 24승과 최연소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되는 위업도 세웠다.

그러나 박준철씨는 딸이 아직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한 모양이다. 이제 박준철씨는 예전처럼 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예외다.

딸이 꼭 우승해야 할 대회이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메이저 대회에서 5승을 했지만 나비스코 챔피언십만은 정복하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이 대회만 오면 아주 미친다니까요, 딴 경기는 신경도 안 써요. 새 달력을 받을 때마다 나비스코 날짜부터 보게 된다니까요”라고 박씨는 아쉬워했다.

박씨는 “사실 이 대회장은 세리가 좋아하는 코스가 아니에요. 잘 안 맞아요. 그린도 튀고. 언젠가 우승은 꼭 할 것이라는 마음은 있지만 솔직히 올해하고 내년, 2~3년 안에 우승하지 못하면 힘들지 않나 생각해요. 내일 3언더파만 치면 우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박세리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6일 3라운드에서 1타를 잃어 중간 합계 1언더파 공동 11위에 머물렀다. 선두는 합계 6언더파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이며, 한희원이 1타 차 2위다.

란초 미라지=LA지사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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