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쟁점과흐름>12.북한 연구방법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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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80년대 말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분단상황」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됐다.「분단」을 규명하지않고서는 우리 사회마저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분단에대한 연구는 사회과학자들에게 하나의 「운명적 과제」로 받아들여졌다.따라서 분단의 한 축인 북한은 중요한 관심사가 되지 않을수 없었다.
아울러 이즈음 반공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극복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인식하기 위한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등장한다.그러나이 운동은 자칫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라는 이름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그대로 학습하는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부정적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이것은 그때까지 금기 영역이었던 북한연구가 반북.반공 이데올로기에 종속돼왔던 것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이기도 했다.사실 그때까지 북한연구는 그 중요성과는 대조적으로 과학의 불모지대로 남아있었 다.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가」하는 북한연구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이 등장한다.
기존의 북한연구는 대체로「전체주의적 접근」에 입각해 있었다.
50년대 중반 미국에서 브레진스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1인에 의해 지도되는 유일당」「무력의 독점」「중앙집권적통제경제」 등 파시즘의 본질로 파악됐던 개념을 사회주의에로까지확대시킨 이 방법은 북한 연구자들의 이론적 기초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밖에도 심리 내부의 변화 및 행동으로부터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행태주의적 접근법」이 시도되기도 했다.87년 양성철(경희대)교수의 『분단의 정치-박정희와 김일성 비교연구』에서 김일성의 청년기를 통해 북한 권력의 성격을 설명하는 경 우,또 60년대 이후 평화공존 위에서 정치이데올로기가 퇴색하는 산업사회에서 양 체제가 접근한다는 수렴이론,그리고 체계.기능적 분석 등다양한 방법이 시도됐다.
그러나 북한연구에 이러한 방법의 적용은 연구자 개인의 수준에서 이루어져 북한연구 방법론에 대한 전반적 반성을 야기하지는 못했다.북한연구 방법론을 최초로 주제화해 다룬 사람이 안병영(安秉永.연세대 행정학과)교수.그갸 82년에 쓴 『 현대공산주의연구』는 당시까지 북한연구에 적용된 각종 방법론의 장단점을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방법론에 대한 관심을 제기한다.이 글은 북한체제의 이데올로기를 분석.비판하거나 권력 형성과정을 단순히 기술하는 북한연구 방법론의 비과학성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는 의미에서 일정한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 접근법은 모두 사회주의 체제의 고유한 특성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어,이들 방법론에 보다 비판적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80년대 후반의 북한연구 방법론 논쟁은 바로 이와 같은 그때까지의 북한 연구 방법론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한다.
金蒼浩〈本社 전문기자.哲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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