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나와 함께 개혁하다 죽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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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변호사 겸 방송인 출신인 하시모토 도오루(橋下徹·38·사진) 일본 오사카부(府) 지사가 좌충우돌식 행정 개혁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가 오사카부 지사에 취임한 것은 두 달 전이다. 오사카부는 5조 엔(약 47조원)의 부채로 허덕이고 있었다. 그의 취임 후 첫마디는 “오사카는 파산상태다. 오사카 청사를 해체하겠다”며 대대적인 행정 개혁을 예고했다.

여론은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며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사 특별고문으로 공공경영학 전문가인 가미야마 신이치(上山信一) 게이오대 정책학부 교수를 영입하고는 대대적인 행정 수술에 돌입했다.

우선 오사카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고하고 부 소유 시설들을 민영화하기로 했다. 5월부터는 오사카부 건물을 금연청사로 바꾸고 하루 30분 보장되던 공무원들의 휴식시간도 없앤다. 1일에는 지사를 포함한 모든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경조사비와 접대비를 폐지한다는 내용의 행정 개혁안을 발표했다. 올해 인건비 380억 엔, 사업비 440억 엔을 삭감하고 부 정부 소유 시설들을 매각해 280억 엔을 벌어들인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공무원 급여도 10% 정도 줄어든다. 하시모토 지사는 “공무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임금 삭감으로 연 380억 엔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공무원들의 의식 개혁 없는 개혁은 주민들로부터 환영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기업과 후원자들이 주는 정치자금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는 파격적인 행정 개혁 못지않은 독설로 더 유명해졌다. “나와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일해 달라. 그리고 마지막엔 죽어 달라” “오사카는 파산상태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진작 월급이 절반으로 줄었을 것”이라는 취임사는 서막에 불과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지사는 독재자다. 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나를 감시하고 비난해 달라”는 말까지 했다.

그의 행보는 언뜻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틈만 나면 방송에 나와 “우정(郵政) 개혁”을 외쳤듯 그는 “재정 재건”을 부르짖고 있다. 월 두 차례였던 지사 기자회견을 주 1회로 늘리고 방송인 출신답게 각종 시사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오사카 주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 젊은 공무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장근무 수당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자 한 여직원이 일어나서는 “지금 우리가 얼마나 야근에 시달리고 있는 줄 아느냐. 말은 그럴싸하지만 당신은 오사카 주민과 우리 공무원들을 이간질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이 직원 앞으로 1000통의 항의 e-메일과 항의 편지가 쇄도했다.

하시모토 지사의 말말말 …

“ 오사카는 파산 상태다. 청사를 해체하겠다.”

“ 나와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일해 달라. 그리고 마지막엔 죽어 달라.”

-올 2월 6일 취임사 

“ 나는 주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지 방송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NHK 스튜디오에는 오지 않겠다.”

-2월 13일 녹화 현장에 나타난 지사에게 아나운서가 “30분 지각”이라고 지적하자

“ 공무원과 의회 의원들은 찬조금과 경조사비 대신 직접 발로 뛰어라.”

-4월 1일 경조사비를 폐지하겠다며 

“(당신의 열의에) 저는 지금 감동했습니다.”

-휴일 e-메일로 보낸 업무 지시에 부하 직원이 즉답하자 “나처럼 24시간 일하는 공무원이 있다”며

도쿄=박소영 특파원

◇하시모토 지사=1월 말 오사카부 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당선됐다. 최연소 지사다.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연봉 3억 엔의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면서 TV 아침방송과 대담 프로그램·토크쇼에 단골 패널로 출연해 유명해진 뒤 정계에 입문했다. “일본은 핵을 보유해야 한다” “중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것은 매춘행위”라는 등의 과격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오사카 기타노 고교 동창인 부인과 3남4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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