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31개월만의 政界복귀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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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이 정계복귀를 공개선언했다.14대대통령선거 직후인 92년 12월19일 정계를 은퇴한지 2년7개월만에 돌아온 것이다.
金이사장의 정계복귀는 의외가 아니다.은퇴 직후부터 계속 추측이 꼬리를 물어왔다.지방선거 이후 측근들은 공공연히 『사실상 이미 복귀한 상태』라고 말해왔다.
李총재는 金이사장의 정계복귀를 번복할 수 없는 역사적 대국민약속이라며 비난했다.정계복귀를 하지 않는다면 사퇴할 수 있다고배수진을 쳤다.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못박은 셈이다.이로써 민주당의 분당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중간파 의원들의 중재노력은 때늦은 노력으로 보인다.
金이사장의 빠른 행보는 지금이 정계 복귀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기택(李基澤)총재를 제거하기에 절호의 기회라는판단 때문이다.李총재는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 경선 파문등으로 상당히 명분을 상실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李총재뿐 아니라 기득권 상실을 우려한 다른계파보스들까지 金이사장의 복귀를 원치 않고 있다.이런 상황도 金이사장을 자극했다.金이사장은 경기지사후보 경선은 물론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실패했다.8월 전당대회를 치 르고 나면 金이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따라서 미리 판을 흔들어버리자는 생각이다.
李총재를 밀어내려면 무리가 따라야 한다.그렇다면 걸림돌이 될수 있는 것은 한꺼번에 치워버리자는 생각이다.다음 총선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정계복귀에 대한 역풍(逆風)을 삭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金이사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정계복귀를 공식선언한다.이에 앞서 범동교동계 모임인 내외문제연구회에서 이를 공개한 것도 충격을 축소해 여론의 반발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金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20~30대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서울시장 선거에서 처음에는 박찬종(朴燦鍾)후보를 지지하다가 대안(代案)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자 조순(趙 淳)후보로 돌아섰다.따라서 새로운 비전만 제시하면 이들의 지지를 끌어모을수 있다는 것이다.
金이사장이 21세기를 지향하는 정당을 표방하고 연예인.체육인.전문직업인등 이들의 기호에 맞는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려는 것도 그런 계산 때문이다.
수렴청정(垂簾聽政)으로는 어느 것도 만족시키지 못한다.어차피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나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와 이들의 지지를 놓고 경쟁하려면 선제 공세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金이사장은 결국 정계복귀를 위해 신당을 만든다는 비난을 면키어렵게 됐다.세대교체의 역풍을 일으키는 자극제가 될 수밖에 없다. 金이사장은 시간과 외부영입등 인물교체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차기 총선에서 이런 노력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과 제1당 확보를 통한 내각제의 방향을 결정지을것으로 보인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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