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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풍속도] 동료 짬짬이 돕는 ‘품앗이 유세’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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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오후 3시 부산 동래구 메가마트 앞. 무소속 이진복 후보의 유세차량에 부산 남을에서 출마한 무소속 김무성 후보가 올라섰다. 두 사람은 ‘친박 무소속 연대’를 함께하는 사이다. 김 후보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탔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걸 사과하고 두 분이 화해해야 한다. (친박 무소속 연대가) 많이 당선돼 중간 역할을 하겠다.”

‘친박근혜’ 세력의 좌장 격인 김 후보는 최구식(진주갑)·유재중(부산 수영)·유기준(부산 서)·이인기(고령-성주-칠곡)·김태환(구미을) 후보도 찾을 예정이다. 그는 “박 전 대표를 대신해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15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한나라당원희룡 후보는 낮 12시30분 비행기를 타고 상경했다. 불과 세 시간여 제주에 체류하는 사이 김동완(제주갑)·부상일(제주을)·강상주(서귀포) 후보와 함께 지역구를 누볐다. “4·3 위령제 때 대통령이 참석하고 싶어했는데 이념 논쟁을 촉발할 수 있어 보류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도 했다.

제주 출신인 그는 “큰일이 생겼을 땐 조그만 손이라도 거들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1일에도 짬을 내 이현재(하남)·박명환(서울 광진을) 후보를 도우러 갔다.

4·9 총선에서 후보가 동료 후보를 돕는 ‘품앗이 유세’가 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 머물고 통합민주당 지도부가 지역구에 매이면서 유세 인력 풀이 준 때문이다. 또 각 당의 공천 물갈이로 신인이 많아지고 전국이 격전지여서 유세 수요가 는 요인도 있다. 특히 대중적 인기가 있고 당선 안정권인 후보들에게 SOS가 몰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아예 후보들에게 “연고가 있거나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는 곳부터 최대한 지원 유세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 뛰었던 홍준표 후보는 한 시간씩 지역구를 비운다. 김상도(의정부갑)·이범래(서울 구로갑) 등 동료 후보를 돕기 위해서다. 그는 “지역주민이 (지역구를 비운다고) 서운해하지 않도록 살짝 다녀온다”고 말했다.

지명도가 높은 서울 중구의 나경원 후보와 성남 분당을의 임태희 후보에게도 도움 요청이 쌓인다. 임 후보 측은 “2일 김연수(남양주을)·주광덕(구리) 후보부터 돕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정이 어려운 통합민주당에서도 품앗이 유세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인천 계양을) 후보는 1일 인천 만수동 만수종합시장을 찾아 무소속 이호웅 후보에게 한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가 공천 때문에 탈당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같은 당 동료였다. 송 후보 측은 “인천 대부분 지역이 한나라당 세가 강해 (우리 후보가) 고군분투한다”며 “요청이 있는 후보들은 최대한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천 오정의 원혜영 후보는 아예 부천시 전체를 누비고 있다. 부천 시장 출신이어서 인지도가 높은 데다 김경협(부천 원미갑)·배기선(부천 원미을)·김만수(부천 소사) 등 나머지 세 후보가 고전 중이라서다. 그는 “지역구 네 곳에서 모두 승리해 경기 서부권역을 지키는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고정애·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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