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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격전지] 부산 금정, “MB 브레인” 대 “김진재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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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호 2번 한나라당박승환입니다.”

“김진재 의원의 아들 김세연입니다.”

18대 총선 부산 금정 선거구의 대결은 후보들의 인사말에 요약돼 있다.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이긴 박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얹어 ‘힘 있는 여당 의원’을 강조한다. 반면 김 후보는 젊고 참신한 이미지와 더불어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만 5선을 한 고(故) 김진재 의원을 내세운다.

1일 오후 3시30분. 박 의원은 부산 가톨릭대 주변을 훑었다. 유권자들에게 건네는 그의 인사말은 유독 “한나라당” 부분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는 “이명박(MB)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KTX 금정역 설치와 서금 뉴타운 마무리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 본부장을 역임, MB와 코드가 통하는 자신만이 큼지막한 지역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탁소 주인인 김영길(68)씨는 “아직 자리에 앉혀 놓지도 않은 정부에 쓴소리가 몰리는 건 그만큼 여당이 힘이 없다는 증거 아입니꺼(아닙니까)”라며 “대통령 뽑아놨으니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예(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한 시간 반 앞선 오후 2시. 김 후보는 부산대 일대에서 거리 인사에 나섰다. 오가는 지역 주민들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김진재 의원 아들 김세연입니다”고 말하며 다가갔다. 50대의 한 남성은 “니가(네가) 김진재 아들이가(이냐). 선친이 애 많이 썼다 아이가(쓴 것 알고 있다)”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김 후보 측은 ‘김진재 효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명함에도 ‘김진재 아들 김세연 금정을 지켜라’고 새겨놓았다. 그는 “금정을 위해 반평생을 바친 아버지의 유지를 잇는 게 출마를 결심한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분식점을 하는 구옥순(49·여)씨는 “금정에서는 김진재 모르면 간첩입니더”라며 “장학금 받아 공부한 아이들만 얼만데예”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박 의원에 대해선 “말 많은 대운하는 적극적으로 했으면서 지역에 한 일이 없다”(공인중개사 이용래씨)는, 김 후보에 대해선 “김진재는 김진재고, 아들은 아들”(수선업자 김보라씨)이라는 비판이 있다.

선거운동 초기 오차 범위에서 접전을 벌인 두 후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김 후보 측으로 표심이 쏠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차이가 두 자리를 넘어선다.

박 의원 측은 “김 후보가 당선돼도 탈당한 이상 복당은 불가능하다”며 ‘유일한 여당 후보’임을 강조해 역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무명이었던 김세연이라는 존재가 알려지며 자연스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역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부산=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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