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1패) ●·이세돌 9단(1승)
156,158은 예상된 공격. 이세돌 9단이 159로 따내 다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자 박영훈 9단도 160으로 빳빳하게 늘어 포위망을 힘껏 조인다. 제아무리 고수라 해도 승리가 목전에 다가오면 조금은 추워지는 법. 하지만 지금 상황은 흑의 ‘결사대’를 곱게 풀어주면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161의 저돌에 162로 바로 젖혀버린 것도 그냥 풀어줄 수 없다는 강렬한 몸짓. 다행히 바로 곁에 진을 친 철벽이 참 고맙다.
이세돌 9단은 숨도 안 쉬고 163 끊어버린다. 괴로운 철벽 때문에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지만 그래도 끊는다. 모든 변화는 절단에서부터 시작되니까….
그러나 결국 결단의 시간은 찾아왔다. 168에 이르러 흑은 옥쇄를 각오하고 싸울 것인가. 아니면 타협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A쪽으로 밀고 나가면 백도 B로 막아 수상전. 장렬하지만 승산은 희박하다. ‘참고도’처럼 흑3, 5로 패망선을 기어 살아가는 길이 있다. 하나 목숨만 건졌을 뿐 흑▲ 두 점이 그냥 떨어지는 등 한 일이 없다. 이세돌은 이 장면에서 169로 파고 들었다. 이것도 저것도 어렵자 제3의 길을 찾아냈다. 성패를 떠나 이세돌의 ‘흔들기’는 무섭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