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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양 생환을 보는 실종자가족-실낱 희망속 찾아온 희소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아니,또 살아났다고….』 매몰 13일만에 유지환(柳智丸.18)양이 극적으로 생환했다는 소식을 접한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실종된 아들,딸과 일가 피붙이를 찾아 자원봉사자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가족들은 허둥지둥 구조현장으로 내달았다.
『분명 내 딸도 근처 어디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라며 흐느끼던 40대 아주머니는 현장접근을 막는 구조대원들의 팔을 붙잡고 호소했다.
그러나 柳양은 살아서 돌아왔으나 자신의 딸은 어디에도 없다는사실을 깨달은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얘야,이 에미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목숨만 부지해다오….』 서울교대 체육관에는 이제나 저제나 좋은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실종자가족들이 柳양의 생존소식을 듣고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질렀다.벌떡 일어나 가족을 껴안는 사람,일순간 넋이 나간듯 망연자실해 서있는 이들도 있었다.
柳양 말고도 세명의 생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TV보도에 체육관안은 한동안 술렁거렸다.
살아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텨온 이들에게 柳양의「극적인 생환」은 그동안의 목마름을 적셔준단비였다.
실종된 동생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고영탁(高榮鐸.50.서울동대문구신설동)씨는 『극적 생환이 이어지고 있어 내 동생도 꼭 살아 돌아올 것만 같다』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이날 새벽 高씨는 잠을 설치며 뒤척여야 했다.몸은 지칠대로 지쳤으나 柳양의 구조소식에 高씨 가족은 한 가닥 희망이 있음을 새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두 손을 맞잡고 꿇어앉아 실종된 아들.딸.가족들의 무사귀환 기도를 올리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비를 피해 체육관안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의 관심은 나머지 생존자들의 소식에 쏠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더 이상의 생존 소식이 없자 실망한 표정들이 역력했다.여기저기서 술렁임이 일었다.
『어떻게 된거야.생존자가 더 있다더니….』『혹시 모두 숨진 것 아니야.』 柳양옆에 세명의 생존자가 더 있다는 소식은 잘못전달됐다는 것을 알고 실종자 가족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생존자소식이 있을때 마다 일희일비가 교차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이미 숯이 된지 오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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