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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北日 쌀접촉 주도 가토 고이치 日자민당 政調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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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정계에서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는 가토 고이치(加藤紘一.56)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을 도쿄(東京)나가타초(永田町)자민당본부에서 만났다.그는 쌀교섭등 최근 일련의 北-日 접촉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한국에서도 주목을 끌어 왔 다.
최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가토 정조회장은 인터뷰에 앞서본사취재진과 인사를 나눈 뒤 취재진 명함의 한자이름을 직접 한글로 써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본사 전육(全堉)일본총국장과 대담으로 진행됐다. 『아무도 남자아이들에겐 좋은 아버지가 되라,좋은 남편이 되라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습니다.기술자가 되라든가 정치가가되라고 말하지요….여성이 살고 있는 곳은 바로 이 세계입니다.
세계 인류의 문제가 바로 여성의 문제입니다.』 서울 양재동에서열리고 있는 세계YWCA 1백주년기념 세계여성지도자회의와 YWCA세계대회 참석차 내한한 세계YWCA 라지아 술탄 이즈마일(56.인도)회장.임기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4년을 회고해달라는 질문에 『정치적 자유를 위해 싸우던 남아프리카 회원들이 만델라 정권이 들어서고 정부공직자가 된 일』부터 떠올렸다.
이즈마일회장은『여성에게는 정치적 견해차이나 이슬람이냐,기독교냐 하는 종교갈등에도 불구하고 여성만의 공통관심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중동평화,평화적 핵 이용,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 사이의 경제적 갈등 같은 세계인류의 보편적인 문제 가 바로 여성의 문제』라고 역설했다.펀잡大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타임스 오브 인디아」,「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기자로 활동하다 지난76년 유니세프 공보관으로 사회운동을 시작한 이즈마일 회장은『내가 원하기 때문에 여가보다는 일을 선택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독신의 적극여성.『젊고 활력적인 한국에서 1백주년 기념대회를 열게 돼 기쁘다』고 첫 한국방문의 소감을 밝혔다.
〈李后男기자〉 -북한과의 쌀제공 교섭이 무난히 타결돼 다행입니다.소감은.
『인도적 견지에서 인접국 북한에 쌀을 공여하는 것은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북한과의 관계가 이번 교류로 진전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결과적으로 쌀문제가 남북한 대화재개로 연결돼 기쁩니다.』 -회담중 북한측이 제공조건을 바꾸는 등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요.
『북한은 처음에는 일정기간 대여해 달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무상으로 달라고 했습니다.결국 일본측의 설득에 따라 15만t 무상,15만t 유상으로 됐습니다.일본측도 처음에는 30만t을 유상으로 제공하려 했다가 정부내 검토결과 그렇게 되지 못했 습니다.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달 23일의 참의원선거에서 총1백26석중 자민당이 몇 석이나 차지할 것으로보는지.또 연립여당 전체로는 어떨까요.
『모리 요시로(森喜朗)간사장은 66석을 바라더군요.사회당은 12~13석 정도 되지 않을까요.양당을 합해 75석 전후는 되겠지요.사키가케까지 합쳐 연립여당 전체로는 80석 정도 얻을 것으로 봅니다.』 -가토회장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의 집권기간이 계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그러나 일본언론들은 무라야마정권이 「기묘한 안정」을 지속하고있다고 비꼬기도 합니다.출범 1년의 現연립정권을 평가한다면.
『우리는 서로 상의해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당초 2,3개월밖에 못 가리라던 예상을 깨고 이미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나는 현 체제가 다음 총선까지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사회당이기존당론을 바꿔 자위대 합헌(合憲).소비세율 인상 등에 동조해줌으로써 연립내각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어요.내각이 일을 안한다는 말은 실태를 잘 보지 않고 하는 소리입니다.다만 현재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일을 많이 해도 「성과 제로」라는 말을 듣게 돼 있지요.앞으로는 경기대 책에 전력을 쏟을 겁니다.
』 -야당과 다수 국민은 현정권이 위기관리에 약하다고 비판하고있지 않습니까.
『고베(神戶)대지진 때는 무라야마총리가 지도자로서 아직 익숙지 않았던 면이 있었지만 사린가스 사건에는 매우 신중하면서도 기회를 잃지 않고 대응해 다른 희생자를 내지 않고 아사하라(麻原) 교주를 체포하지 않았습니까.전일본항공(ANA) 여객기 납치사건도 침착한 판단과 과단성 있는 결단으로 해결했습니다.총리는 지도자로서 위기관리면에도 착실히 실적을 쌓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가토회장은 자민당내에서 세대교체론을 주장해 왔습니다.차기리더로 꼽히는 유력한 정치인중 한 명이고,그래서 당내 원로들의 견제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정계에서 세대교체의 어려움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어느 나라나 세대교체는 어렵지요.아마 한국도…』 -한국도 마찬가집니다.
『(웃음)그렇지요?남의 얘기를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제가생길 테니까….나는 신세대가 구세대를 뛰어넘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체험과 지식을 가진 구세대가 「정치를 더 하고 싶다」고 하 는 것은 당연합니다.그러나 신세대가 구세대의 감각과 식견이 빛바랠 정도로힘과 비전을 발휘한다면 세대교체는 가능합니다.나는 아직 실력이부족하지 않은가 하고 느낍니다.』 -한국도 세대교체가 큰 숙제인데,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3金씨의 영향력이 더해지는 결과가 됐습니다.한국의 지방선거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일본은 지방선거가 지방의 논리로 결정되지만 한국은 다분히 국정(國政)논쟁과 연결되더군요.국회의원및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역간 응원전 같은 색채가 있습니다.지역우선주의가 국정을 좌우할정도로 강한 것 아닙니까.일본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입니다.
』 -무랴야마 정권임기내에 북-일 수교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는데,지금이 수교의 적기(適期)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무라야마총리의 임기중 북한과 국교정상화가 됐으면 합니다.일-북관계는 역시 사회당이 오랜 유대와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당위원장이 총리일 때 문제를 타개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남북한 신뢰필요 -가토회장이 혹시 북한에 의해가네마루(金丸)씨를 대신할 자민당내의 새 북-일 파이프로 선택된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역시 자민당내 북한 파이프라면 와타나베 미치오(渡邊美智雄)씨지요.나는 일-한.일-북관계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또 나의 오랜 상대는 중국입니다.나 자신일-중관계에 주력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네마 루씨처럼 될수가 없지요.』 -한반도 문제의 세 가지 줄기,즉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일및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가 시간적 순서랄까,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남북-일북-미북의 순서겠지요.그러나 실제로는 미북-북일-남북순으로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그렇게 되지않도록 남북한이 서로 대화를 서두르면 좋겠습니다만.이번 쌀교섭에서 보니까 남북한간의 감정적 대립,상호불신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두텁더군요.불행한 일이라고 느꼈습니다.우리 일본인이 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절차 같은 것을 갖고도 싸웁니다.
북한은 쌀을 받겠다고,한국은 쌀을 주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매듭짓는 데 1개월 이상이 걸렸어요.』 ***북핵문제는 낙관 -북-일 국교교섭이 재개되면 핵투명성문제.배상문제 등 여러 문제가등장할 텐데 잘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서로 성의를 갖고 임하면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특히 핵문제는 미국의 노력으로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요.나는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일본국회의 전후 50년 결의에 대해 주변국들은 비판적입니다.결의문에 「역사관 차이」「침략적 행위」등 애매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결의문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떻든 이번 결의는 현재 일본국회의 의견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것입니다.물론 이와 다른 감각을 가진 젊은 세대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만.
「식민지」나 「침략적 행위」에 관한 것이 일본에서 항상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불행한 상태지요.중국이나 한국도 그 점에 불만을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역시 태평양전쟁이 어떤 전쟁이었는지,군부.정치지도자의 책임은 어떠했는 지 충분히 결론나지 않은 탓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문제에 관한 질문입니다만,최근 공개된 국회의원 소득자료를 보면 가토회장은 지난해수입이 2천4백77만엔으로 중의원 평균(2천9백67만엔)보다 적더군요.자민당의 차기리더로서 정치자금 조성능력이 부족한 것은아닙니까.
『(웃음)그 금액은 내 개인소득입니다.정치자금과는 구분돼 있지요.그렇다고 내 정치자금이 많다는 건 아닙니다.정치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 나의 문제점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정치의 오랜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금권정치.정치부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제는 돈보다 정치적 비전과 리더십이 문제되는 시대입니다.무라야마 도미이치.하타 쓰토무(羽田孜).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가이후 도시키씨등 최근 총리들은 모두 돈이 별로 없는 분들 아닙니까.돈으로 계 파원을늘려 총리가 되는 시대는 5~6년전에 끝났습니다.』 -오는 9월말 있을 자민당 총재선거에 관심이 많은데 누구와 세력을 합쳐선거에 임할 생각입니까.
『입후보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서 야마자키 다쿠.고이즈미 준이치로등 친구들과 상의해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습니다.』 ***金潤煥씨와 친분 -히비야고교를 졸업하고 이과계를 지원했다 실패한뒤 재수시절 문과(도쿄大 법학부)로 진로를 바꿨는데 당시의 진로변경에 만족합니까.취미나 좋아하는 운동이 있다면.
『나는 역시 이과계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법학으로 바꾸기를 잘했지요.취미는 골프이고 핸디 20 정도입니다.가라오케에서 노래부르기를 좋아하고요.
몇 년전 나와 친한 김석원(金錫元.前쌍용회장)씨가 「잊혀진 계절」을 부르는 것을 듣고 그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지금 좋아하는 노래는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입니다.』(가토씨는 두 노래의 제목을 한국어로 정확하게 발음했다) -한국의 정치인중 친한 이가 있다면.
『김윤환(金潤煥.민자당사무총장).김덕룡(金德龍.前민자당사무총장)씨 등과 친분이 있습니다.
이홍구(李洪九)총리.한승주(韓昇洲)前외무장관과도 낯이 익고요.』 〈정리=盧在賢東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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