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인프라를 보고-朴秀吉 국립오페라단단장.한양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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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中央日報에서 주최한 문화예술분야 인프라 시찰단의 일원으로 런던.파리.밀라노.로마를 방문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시기적으로 오프시즌에 접어든 공연예술분야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기는 했지만우리들의 일정과 맞지 않아 퍽 아쉬운 마음을 가 질 수밖에 없었다.런던의 바비칸 센터.국립극장.로열오페라 극장,파리의 국립오페라극장.바스티유 오페라극장등을 둘러보았다.
성악의 나라,성악의 도시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성악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미국 태생의 바스 새뮤얼 라메이 독창회를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 들을 수 있었고 로마에서는 로마오페라 극장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보게된 것이이번 여행의 큰 보람이엇다.
특히 새뮤얼 라메이 독창회는 우연하게 일정이 맞아 밀라노에서유학하고 있는 제자들의 도움으로 입장권을 구할수 있었고 열기 가득찬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의 좌석에서 그 열기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큰 행운이었다.
지금 이탈리아에는 2천여명에 달하는 한국유학생들이 있는데 그중 80%인 약 1천5백여명 이상이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고 한다.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새뮤얼 라메이 못지않은 성악가가되려는 꿈을 안고 모두 열심히 연구에 임하고 있 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과연 그중 몇명이 좋은 성악가로 인정받고 세계적인무대에 설 수 있을까.그리고 그 나머지 조금 부족한 성악유학생들의 설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때는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그들에게 활동 무대를 만들어주는 뒷받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성악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의 유학생들이 외국에서 학문에 열중하는데 그들이 조국에 돌아올 때 외국에서 체득한 기량을 한국 사회에 보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함으로 써 전체적으로 우리 문화가 세계 수준으로 빨리 다가가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일행은 문화선진국의 많은 문화시설을 돌아보고 또한 관계자 브리핑을 받으면서 문화선진국으로 들어서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과 관계자들의 꾸준한 노력과 애착이 있어야겠다는 인상을 다시체험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경제성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성장이고 아무리 돈많은 국가라 할지라도 문화후진국이면 선진국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면서 우리의 문화정책도 이 시점에서 다시 점검하고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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