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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헤지·사모펀드도 감독 ‘금융 수퍼경찰’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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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금융 위기가 미국의 금융감독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폴슨 플랜’으로 불리는 금융감독 체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은 대공황기인 1930년대 이래 가장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역할 강화다. FRB가 기존의 상업은행은 물론 헤지펀드·사모펀드 등 전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수퍼 경찰’의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미 금융계에 ‘자율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그렇다고 미 행정부와 FRB가 시장 자율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뉴욕 타임스(NYT)는 30일 “(감독은 강화했지만)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기본) 생각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부 개편안은 FRB의 개입을 ‘시장 전반이 위기에 빠졌을 때’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게다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통합도 다른 쪽에서 보면 월가를 도와주는 내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기관이 통합되면 금융회사로선 과거처럼 이중·삼중의 중복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개편안에는 ‘시장 DNA’를 가진 폴슨 장관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평이다. 골드먼삭스 회장 출신인 그는 “규제는 시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금융위기를 ‘감독의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파생상품을 근본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빠져 있다며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감독제도는 자율을 추구하는 금융시장과 이를 통제하려는 세력 간의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다. 1913년 FRB의 탄생 때도 그랬다. 당시 공화당은 자율적인 민간 중앙은행을 선호했지만, 민주당 진보파는 정부 소속의 강력한 시장 감시 기관을 원했다. FRB가 반관반민의 복합 구조를 갖게 된 유래다. 그런 만큼 이번 금융감독 체제 개편도 확정 때까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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