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의南阿共>3.살아나는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세계적 미항(美港)중 하나인 케이프타운의 명소 워터프런트.뒤로는 탁자모양의 테이블산이 우뚝 솟아있고 눈앞에는 에메랄드빛 대서양이 넘실거린다.
만델라가 27년 수감기간중 18년을 보냈으며 이제 관광지로 변한 로벤섬을 가기 위해선 이곳에서 배를 타야 한다.
흑인빈민들의 소굴로 변한 요하네스버그.더반 등 다른 대도시와는 대조적으로 케이프타운은 아직 백인들의 치안력이 미치는 까닭인지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흑인정권 수립 이후 두드러진 현상중 하나가 관광객 증가』라고 현지 안내자는 설명한다.실제로 93년 5만명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7만5천명을 돌파,50%나 급신장했다.『인기있는 로벤감옥 관광코스는 6개월전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안 내자는 덧붙였다. 외국관광객의 증가는 단순히 관광수입이 늘어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만큼 남아공에 대한 외국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카페에서 만난 백인사업가 크리스 다이어는 『경제봉쇄로 80년대 철수했던 코카콜라. IBM등 다국적기업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고 전한다.이같은 외국기업의 투자증진에 힘입어 93년 1%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지난해 2.4%로 뛰었으며,올해에는 3.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80년 이후 10년 간 개인별 실질소득이 18%나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전년대비 투자증가율이 지난해 7%였으나 올해는 10%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특히 흑인정권출범에 즈음해 백인들이 해외로 빼돌렸던 1백억달러의 자금도 절반이 돌아왔다.백인들도 남아공의 미래를 낙관한다 는 얘기다.
다이어는 『우려와는 달리 흑인정권출범 이후 백인들의 생활은 도리어 나아졌으며 이는 만델라가 백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온건정책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백인들 사이에는 『하나님,만델라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어 가 됐다는 것이다.대통령선거 직전 1%에 그쳤던 만델라에 대한 백인지지도는 1년만에 55%로 급증했다.
그러나 「도시는 유럽,농촌은 아프리카」로 비유되는 경제의 2중구조는 남아공 발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소수의 백인이 살던 도시지역은 선진국 수준으로 개발된 데 반해 소웨토등 흑인집단거주지와 농촌은 상.하수도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최빈국 상태다.인종간 소득및 교육수준도 큰 격차가 벌어져 있고 소외당한 흑인들의 50% 이상이 실업자다.
프랑스.독일.베네룩스 3국을 합친 만큼의 광활하고 비옥한 땅에 엄청난 지하자원,3천7백만의 인구를 가지고도 남아공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만델라 정부는 성장을 방해해온 경제.사회적 2중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흑인들에 대한 교육확대,국가재건계획(RDP)등도 이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아파르트헤이트로 세계경제에서 철저히 소외당했던 과거의사슬도 이젠 풀렸다.흑백간 화합 이후 남아공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근 지표상으론 경제가 순조롭게 돌아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깊은 잠에 빠졌던 「아프리카의 거인」 남아공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끝〉 [케이프타운=南禎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