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젊은 층이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고 평가했는지를 알려 주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한국언론재단은 최근 발간한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 인사이트’의 창간호 특집으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재단 측은 지난해 8~12월 세 차례에 걸쳐 유권자들의 미디어 이용 방식을 조사했다. 동일한 집단(1차 조사 773명, 2·3차 717~726명)을 시간 차를 두고 조사해 신뢰도를 높이는 사회조사 방법론을 썼다. 그중 이번 보고서 ‘20대와 대통령 선거:매체 이용과 지지 후보의 선택’은 ‘젊은 유권자’의 바로미터인 20대에 초점을 맞췄다. 조사 대상자 중 20대 비율은 21.2%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거의 모든 평가 항목에서 젊은 층이 가장 신뢰하는 신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대 유권자들에게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도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 보도 등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해 “어느 신문이 가장 잘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분석 대상은 중앙·조선·동아·한겨레·경향신문이었다. 이념과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한 선정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중앙일보는 객관성과 정확성, 공정성을 포함해 4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공급자적 시각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잘 공급했는가 항목에선 2위와의 격차가 가장 컸다. ‘중요 이슈에 대한 지면 배정’ 항목에서만 한겨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래픽 참조>그래픽>
유선영 미디어 연구팀장은 “선거 같은 중요한 시점에서 젊은 층이 어떤 미디어관(觀)을 갖고 있는지 보기 위해 20대에 주목했다”며 “가까운 미래 뉴스산업의 구도 변화를 예측하는 단초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20대는 전체 유권자의 19.4%를 차지했다.
이번 연구에선 조사 방법의 특성상 유권자 태도의 변화상도 여실히 드러났다. 특이한 현상 중 하나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신문의 이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9월과 12월 각각 질문한 ‘지난 한 주간 거의 매일 이용한 뉴스 매체’ 항목에서 해당 비율이 늘어난 매체는 신문이 유일했다. 지상파 방송(-4.8%포인트), 인터넷 포털(-6.1%포인트), 인터넷 신문(-13.2%포인트)과 달리 신문만 그 비율이 4.8%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자는 “20대조차 중요한 결정의 시기가 임박하면 인터넷보다 신문을 더 많이 찾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보고서를 보면 20대 유권자들의 보편적인 정치 참여 방식도 알 수 있다. 20대들은 가두 유세를 보거나 모금·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빈도가 위 세대에 비해 적었다. TV토론을 일부러 챙겨 보는 사람은 채 5%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니터 앞에선 검색하고 댓글을 다는 데 나름대로 적극성을 보였다. 연구자는 이를 ‘키보드 정치’라고 규정한 뒤 “인터넷에서의 적극성과 오프라인에서의 소극성은 20대가 가진 이중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특징에도 불구하고 투표 행위는 다른 연령층과 별 차이가 없었다. 조사 대상인 20대가 실제 이명박-정동영 후보를 찍은 비율은 각각 50.8%와 28.8%로 전국 득표율(이명박 48.6%, 정동영 26.2%)과 비슷했다.
이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