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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재건축 규제완화? 강남선 그림의 떡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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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 달 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재건축 대상)를 팔려고 내놓은 김모(45)씨는 요즘 걱정이 더 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재건축·재개발을 하면 복잡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절충해서 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팔리겠구나’ 싶었는데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집을 보겠다는 사람은커녕 간간이 오던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 김씨는 “대통령이 재건축을 밀어준다는데도 왜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권 재건축 시세는 0.2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값(0.4%)은 강북권 아파트의 강세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이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인 25일 정부가 재건축 인허가 기간을 3년에서 1년6개월로 단축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도 하락폭은 더 커졌다.

◇강남권 재건축 ‘사면초가’=강남권 재건축이 인기를 잃은 것은 규제 완화에 대한 실망감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은 커졌지만, 알맹이 없이 말만 무성해 호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용적률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빠졌다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관련 규제가 많아 사업 기간 단축만으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돈줄이 막힌 것도 침체를 부르고 있다. 대상 아파트의 시세가 대부분 6억원을 초과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받기 때문에 과거처럼 대출을 많이 끼고 구입하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매수자들이 꺼리고 있다. 건축비, 재건축 부담금, 분양가 상한제 손실비용 등 재건축 조합원당 추가 부담금이 3억~4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거환경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일반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전제 아래 현 시세보다 20% 이상 떨어져야만 재건축을 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건축을 규제하는 거래제한도 매수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분(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권리)을 사거나 팔지 못한다. 송파구 가락동 집보아공인 박호식 사장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입주 때까지 수년간 대출이자와 종합부동산세를 물면서 구입하겠다는 매수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불씨’ 꺼졌나=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현재 규제가 워낙 촘촘해 웬만한 완화로는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데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약세를 보이겠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송파구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인기 주거지역인 강남권에 들어가려는 대기 수요가 많아 가격이 다시 움직일 요인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폭이 가장 큰 변수다. 핵심 규제는 용적률, 층수 제한, 재건축 부담금 등인데 이런 규제가 풀리면 시세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초 서울시가 강남권 3종 주거지역의 재건축 용적률을 210%에서 230%로 높이려 했을 때 대상 단지들의 시세가 일주일 새 5000만원 이상 뛰며 급등했었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재건축 단지 주변의 일반 아파트 값이 재건축 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 단지 가격이 오르면 재건축 후 집값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재건축 시세도 뛴다. 실제로 강북 중소형 아파트 강세의 여파로 강남권도 최근 중소형이 다소 오르고 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동반되고, 대출 규제와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풀리지 않는다면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과거처럼 집값이 크게 불안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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