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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끊긴 강남 엇박자 신호에 매수·매도 호가 억대로 벌어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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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08면

개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한모씨는 지난주 오랜만에 찾아온 매수자에게 급매물로 나온 30평형대 아파트를 소개했다. 매수자가 마음에 들어 하자 한씨는 집을 구경시키기 위해 집주인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주인은 “조금 두고 보기로 했으니 나중에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한씨는 “매물 중 태반은 이런 경우”라며 “가뜩이나 매수세가 없는데 가끔 나오는 급매물도 막상 팔릴 만하면 딴소리를 한다”고 푸념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에선 매수세와 매도세의 줄다리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집주인은 규제완화를 기대하며 매물을 안 내놓고, 살 사람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다리며 뒷짐을 지고 있다. 웬만한 곳은 호가 차이가 억 단위로 벌어져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의 거래는 531건으로 강북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전달보다 더 줄어 대선 이후 거래가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를 무색하게 했다.

이 같은 ‘동상이몽(同床異夢) 장세(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의 배경은 새 정부의 정책이다. 때론 시장 활성화에, 때론 집값 안정에 포인트를 둔 발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관된 정책 방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전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종부세·거래세 완화, 서민 주택 공급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고가 주택 보유자와 서민의 표심을 함께 잡으려 했다. 하지만 집값 안정과 공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인수위는 출범 뒤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시장이 들썩일 조짐이 보이자 “양도세 이외의 어떤 세금 인하도 없다”고 선언했다. “세금을 낼지 집을 팔지 결정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 직후 경제연구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집값 안정에 초점을 둔 이 같은 흐름은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주파수가 달라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주택시장의 폭발성을 감안해 뉴타운 추가 지정을 최소화하겠다”며 또 다른 목소리를 냈다.

박상준 리얼티랩 소장은 “새 정부 들어 규제완화가 주춤한 가운데 장기적인 공급 청사진도 나오지 않고 있어 시장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라며 “총선 뒤 정책이 분명해질 때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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